李대통령 "반기업·반노동 이분법 깨고 미래로…상생 생태계 조성"[전문]

63년 만에 '노동절' 법정공휴일 지정…양대노총 초청 행사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재명 대통령,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장. 2026.5.1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이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는 '근로자의 날'이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첫해이자,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첫해다.

청와대는 노동절 기념식을 처음 열었으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처음으로 노동절 행사를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노사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라며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2026 노동절 기념식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자랑스러운 이름, 노동자 여러분, 오늘 우리는 63년 만에 제 이름을 다시 찾은 노동절을 맞아노동자들의 땀과 헌신,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노동계 원로 여러분과 경제 단체 대표님들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공무원과 교사를 비롯한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과 또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그런 분들까지 함께 해주셨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일터를 지키고 계신 노동자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생산의 주체이자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며 우리 대한민국 발전의 주역이신 이 땅의 모든 노동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노동에 종사합니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나 노동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노동을 통해 삶을 바꾸며, 노동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노동은 한 사람의 일상을 지탱하며 가족의 오늘을 지키고, 우리 공동체를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향하고, 늦은 밤, 때로는 동트는 새벽이 되어서야 기름때가 묻은 손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습니다.

고단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하며 흘린 땀방울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위로이자,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이었습니다.

저는 소년 노동자였고, 지금도 그 노동자의 이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찾은 오늘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조금 전 우리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직종과 세대, 성별은 비록 달라도 각자의 목소리에는 같은 꿈이 담겨 있습니다. 그 꿈은 소년공 이재명이 느꼈던 것과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며 나의 노동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대가 달라져도 상황이 바뀌어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년공 출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사명감으로 노동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화답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노동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산업의 판을 뒤흔들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역시 국가 경쟁력의 기준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커다란 위기입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는 일터에서 생산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일터 밖에서는 소비자로서 경제발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경제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 하더라도 함께사는 상생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길입니다.

우리 정부는, 대전환의 과정에서 일하는 국민 한 분 한 분이 더 안전하고, 더 공정하며, 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각별히 보살피겠습니다.

저는 오늘 노동절을 맞아, 국민 여러분과 노동자 여러분께 몇가지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일터의 안전만큼은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노동자가 죽음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상적인 나라를 반드시 만들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현장에서도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과 성과를 앞세우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안전을 지키는 것은 비용이나 선택이 아닌, 국가와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 책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둘째, 모든 노동자가 노동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용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의 크기가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까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정한 대우를 받고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살피겠습니다.

셋째, 노동과 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열겠습니다.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고,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습니다.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이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 존중은 단지 배려나 시혜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이 빠진 성장은 반쪽에 불과하고,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이 있는 성장이야말로 곧 미래가 있는 성장입니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실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대한국민 여러분, 오늘은 노동절 기념식과 함께 청계광장 거리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오랜 시간 준비한 행사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이 행사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존중과 상생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입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언제나 그 생각이 늘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차이를 이유로 등을 돌리거나 적대해서도 안 됩니다.

대화의 첫걸음은 이미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상생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 그것이 오늘 노동절의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화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일터의 변화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으로 이어가겠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정상적인 나라,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대접받으며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이 빛나는 대한민국을 우리 국민과 함께, 노동자와 함께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