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입법 착수에도 美관세 안갯속…靑, 대미 투자 진전·속도 놓고 고심
관보 게재 기정사실화, 유예기간이 관건…"美 원하는 건 입법 아닌 투자 진전"
위성락 "美 협상팀 지금은 협상하고 있어야"…안보협상까지 불똥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관세 인상 절차에 나선 가운데 국회가 뒤늦게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에 나섰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25% 관세 부과가 철회될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의 이유로 한국의 대미투자 속도를 지적했지만 미국 측이 플랫폼 규제, 쿠팡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까지 문제 삼으면서 한미 간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관세를 둘러싼 갈등이 한미 안보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측의 관세 인상 관보 게재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즉시 인상'을 막기 위한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 입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메시지가 나온 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했으나 큰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관보 게재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방문 후 전날(5일) 귀국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관보에 관세 인상 조치가 게재되더라도, 인상 시점이 즉시인지 아니면 1~2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보 게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즉시 인상'을 막기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여야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내달 초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일정표를 내놓은 만큼 청와대와 정부는 유예기간을 확보해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기 전 미국 측을 설득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관세 인상 조치가 철회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건 입법화(enact)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미투자 성과를 보여달라는 의중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특별법 처리 전에라도 미국은 그냥 움직일 거다. 관보 게재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건 기대가 큰 것"이라며 "법제가 만들어지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관세 인상이 완전하게 해소될지는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입법의 유무가 아니라 투자에 대한 진전이 있느냐다. 미국이 기대하는 것은 실제 투자의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투자 집행 속도가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미국의 관세 인상 철회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법 입법 이후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두고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미국이 원하는 첫 투자 집행 규모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사업성 예비검토에 착수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위 안보실장은 "어느 정도까지 집행해야 미국의 요구 사항이 미트(meet, 충족)가 되는지 협의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는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으로 촉발됐지만 한국의 플랫폼 규제 입법, 쿠팡 사태 수사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개정 정보통신망법)과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이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을 트리거로 미 행정부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쿠팡의 개인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제재도 미국은 문제 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망법, 쿠팡 등 이런저런 문제를 다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간 조인트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둘러싼 갈등이 관세 재인상으로 이어지면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원자력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 간 안보협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위 안보실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무너지게 된 여파가 핵추진 잠수함,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안보 분야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미국 안보 협상팀이) 지금쯤 한국에 와서 협의를 하고 있어야 할 때인데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한미 양국은 안보 분야 후속 협의를 위해 지난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올해 1월 미국 대표단의 방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표단 방한이 미뤄지고 있어 관련 논의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여파가 한미 안보 협상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청와대 안팎에선 대응 기조나 주도권을 놓고 정책실과 안보실, 경제부처와 외교부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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