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지연 노골적 불만…트럼트 25% 관세 통보, 靑 '긴급 대처'(종합)

트럼프 기습 통보에 靑 "여러 채널 통해 확인"…김정관·여한구 美 급파
2주전 '합의 이행' 서한 "대미투자 압박용인 듯"…당정 특별법 2월 처리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한재준 김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25%로 원상복구 하겠다고 기습 통보했다. 한국 국회에서 한미 무역합의 입법화(enact)를 안 했다는 이유인데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등 합의 사항 이행이 지연되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은 사전 통보 없이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사태 파악에 나섰다.

청와대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메시지가 나오자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대미통상현안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는 한국 정부와의 사전 소통 없이 이뤄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지연을 직접 겨냥한 만큼 회의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추진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특별법) 진행 상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메시지가 어떤 경위에서 나온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캐나다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급파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캐나다 일정이 종료되는대로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출국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6.1.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트럼프 "韓 국회 협정 이행 안 해"…대미 투자 압박용인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왜 한국 국회는 이 협정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냐"고 했다.

이어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29일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미국은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당시 미국 측은 대미 투자를 위한 한국 국회의 특별법 발의에 맞춰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한미 간 양해각서(MOU)의 후속조치 성격인 특별법은 지난해 11월26일 발의됐고, 미국은 같은 해 12월4일 관세 인하 조치를 관보에 게재했다.

특별법 국회 통과 시점은 한미 간 합의 내용에 담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관세를 기습 인상한 건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가 지연되는 것을 지적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 특별법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간 정부·여당은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이유로 즉각적인 대미 투자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왔다. 한국의 연간 대미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되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미국에 요청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합의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무역합의 이행으로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라며 "그런 부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압박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위원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과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美, 韓 정부에 '합의 이행' 사전 경고…靑 "여러 채널 통해 확인"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무역합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수신 참고인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포함됐다.

서한은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 같은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디지털 분야 합의 이행과 관련한 내용이지만 미국이 전방위적인 '무역 합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관세 위협의 사전 경고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 측 조치 배경에 대한 섣부른 판단에 선을 그으며 정확한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배경은 저희도 파악하는 게 있지만 민감한 외교사항이기도 해서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미 행정부의 기습 관세 인상에 따라 특별법을 2월 국회 내 처리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여당과 같이 특별법을 논의했다"며 "국회에서 조속한 논의를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