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업무보고 생중계…李대통령 '질책' '정책제안' 세례

'경청' 집중하던 李대통령, 부처별 과제 이행 점검하며 회의 주도
노동 분야 현안 관심 보이기도…"생중계 스트레스 말고 편히 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김지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에서 첫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 내용이 전체 생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획재정부와 국가데이터처,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시사항 점검한 李대통령…미흡한 부처엔 '질책'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실시한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각 부처를 상대로 '과제 점검'에 나섰다. 그간의 지시사항과 이에 대한 이행 상황을 세세하게 묻고 미흡한 부처에 대해서는 질책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타운홀미팅 등 각종 공개 행사에서는 직접 발언하기보다는 경청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업무보고에서는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각 부처의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했다.

특히 인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산이 들더라도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관세청을 대상으로 마약 단속 관련 보고를 받으며 "얼마 전 특송 우편에는 별도 인력을 투입해 추가 검색하라고 했는데 하고 있냐"고 물었다.

이명구 관세청장이 "동서울우체국 한 군데에서만 한다. 아무래도 인력적인 한계가 중요하다"고 답하고, 윤창렬 국무조정실장도 "법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하라고 했는데 왜 인력 보강이 안 됐나. 내가 이 이야기를 한 지 몇 달이 됐는데 그 고민이 아직도 안 끝났나"라고 절책했다.

이어 "필요한 일을 하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거고, 세금 내는 걸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달라는 건데, 마약 단속하고 검색하는 인력이 부족해서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세청의 국세체납관리 전담 조직 인력 2000명 충원 방안을 보고 받으면서도 "3000~4000명 늘려서 해도 손해가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하라"고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소년공 출신 李대통령 노동 현안 관심…여동생 언급도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은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는 "노동자들의 권익 개선이 결코 경제 성장 발전에 장애 요인이 아니라는 걸 한번 꼭 보여달라"며 사안별로 정책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과로사 문제가 언급되자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 이게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며 "밤 10시에서 새벽 6시까지는 (임금을) 50% 할증하게 돼 있는데 이게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거 아니냐. 이것을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이어 "쿠팡은 고용 형태를 모르겠는데 새로운 노동 형태라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포괄임금제가 착취 수단으로 오남용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는 "(포괄임금제) 금지는 현실적이지 않다. 가능한 경우를 세세하게 정하고, 법 개정이 어려우면 노동부 지침으로 만들든지, 입법을 하든지 해서 힘 없는 청년 노동자들이 착취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근무 중 숨진 여동생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내) 여동생이 일하다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해 산재 신청을 했는데 안 해줘서 소송하다 졌다"라며 "법원의 판결 경향이나 학계의 연구 결과를 봐서 일반적으로 해주는 거라고 하면 빨리 태도를 바꿔주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업들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저조를 지적하면서는 "저도 경미하지만 장애인"이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왼팔이 눌려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한민국 흥하냐 망하냐 경계 지점"…"생중계 스트레스 받지 말라" 농담도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이날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과 위치는 흥하냐, 망하냐의 경계 지점"이라며 공직자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의 태도, 역량, 충실함에 그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다. 흥하냐, 망하냐는 대개 공직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며 "최고 책임은 저 같은 사람에게 있다. 최고 책임자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은 5200만 국민 삶을 손안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라 운명을, 개인 인생을 통째로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사 문제를 언급하며 "인사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선의가 안 통할 때도 잘 있긴 한데, 그런 일이 있다면 텔레그램이라도 보내달라. 제가 곧바로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가 생중계 되는 것에 대해 "제가 공개적으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는다니까 스트레스 받는다는 분이 많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인가"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하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