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미정부투자를 기회로"…총수들 "빠른 후속조치"(종합)

관세협상 후속 민관회동…李 "기업인 헌신 덕" 총수들 "감사
李대통령 "노사 너무 적대화…사회적 대토론과 대타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처음 재계 총수들을 만나 대미 금융 투자 기회를 정부와 잘 협의해 잘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업 총수들은 이번 합의가 실질적 결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 전적으로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인의 재계 총수급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질서 변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좋은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라면 성과,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에 이 회장과 정 회장 등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일부 걱정되는 측면들이 있다.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한다"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들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것도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변화가 생길 때 보통은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기회 요인으로 만들 수가 있다"며 "변화된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또 그 기회를 만들면 우리한테도 또 좋은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대미 금융 투자 또는 금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그 부분을 정부 측하고 잘 협의를 하셔서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연관돼서 사업을 하는 게 투자금 회수에 훨씬 더 안정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부탁 하나 드리고 싶다.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친(親)기업, 반(反)기업 이런 소리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께 정말 필요한 게 규제 같다"며 "예를 들면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이 어떤 게 있을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정 투자도 마찬가지고 R&D 개발 또는 위험 영역에 투자해서 우리 재정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우리가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우선순위로 감수한다든지 새로운 방식들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험적인 투자를 강하게 할 수 있도록 그런 방식도 동원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노사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요소가 언제부터 너무 적대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 측면에서도 '임금 착취' 소리를 들어가면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 그런 점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첨단 기술 산업 같은 경우 역량이 문제지 인건비나 액수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용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있는 대로 터놓고 사회적인 대대적인 논쟁을 통해서 일정한 합의를 이루어야 되지 않을까, 사회적 대토론과 대타협에 이르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숨겨놓지 말고 그냥 터놓고 한 번 언젠가는 그런 얘기들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관세협상 타결로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며 "경주에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어려운 대외 환경을 맞아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고 한 말이 어떤 말보다도 절실하게 제 머릿속에 남아 있다. 삼성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통령의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완전히 협상을 잘 이끌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교역 환경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내 기업들에도 국내 기업들도 실질적인 경제 성장의 과실을 창출하기 위해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이번 합의가 실질적 결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주는 게 모든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 그룹은 향후 5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서 125조 원, 연간 2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그룹 회장은 "앞으로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해 봐야 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더욱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미래 시장을 이끌 첨단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혁신 생태계를 꾸준히 키워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핵 추진 잠수함 건조라는 성과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한국의 국격이 올라가고 아태 지역 안보가 강화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생산 기반이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조선사업과 기자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대미 협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한미 양국 정부 간에도 상기 규제 완화를 포함해서 건설적인 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대통령의 배짱, 뚝심은 대단했다. 오늘 아침에 미국에 있는 로비스트들이 너희 나라 정부 대단하다고 그러더라"라며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말해줬는데, 제약 쪽은 규제를 완화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맞춰달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