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韓건조·車관세 15%' 확정…李대통령 "무역·안보 최대 변수 타결"

핵잠 10년 내 국내건조 추진…원자력협정·전작권 등 협의 계속
車관세 15%·반도체 최혜국 대우…대미 투자 양해각서 서명식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재준 이기림 김지현 기자 = 한미 관세·안보 협상을 포괄하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확정돼 양국이 동시에 공표했다. 핵심 쟁점으로 꼽힌 핵 추진 연료 잠수함(핵잠) 국내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등에서 미국 측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브리핑에 직접 나서 이같은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8월 26일 첫 한미 정상회담 합의 후 80일 만이자, APEC 계기 2차 정상회담(10월 29일) 16일 만이다.

李대통령 "핵잠·핵재처리 권한 확대 지지 확보…한미, 차원이 다른 파트너십 구축"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며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훌륭한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번에 의미 있는 협상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다른 무엇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확인함으로써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거 아니냐는 일각의 불신과 우려 또한 확실하게 불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 같은 전통적 전략산업에서부터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잠 건조 추진에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도 거듭 확인했다"며 "국방력 강화와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면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걸 버티기도 참 힘든 상황에서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냐고 하는 건 참 견디기 어려웠다"고 보수 진영의 압박을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러한 실사구시적 자세"라며 "중국과의 꾸준한 대화 통해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핵잠 추진에 따른 중국 측 반발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덧붙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G20 순방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핵잠 韓건조, 10년 내 도입 추진…원자력협정·전작권 등 후속 협의 지속

안보 분야 최대 관심사였던 핵잠은 국내에서 건조하고 연료를 미국 측으로부터 제공받는 방식에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10년 내 핵잠 도입을 잠정 목표로 설정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핵잠 자체를 어디서 짓느냐는 한국에서 짓는 것이 전제"라면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받는 것으로 호주식과는 다르다"며 "(핵잠 도입)목표는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안다. 빨리 시작해서 시기를 앞당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원전과 같은 경제·산업 민수 영역에서 한국이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등을 갖는 방향에도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한 만큼 향후 한미간 추가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위 안보실장은 "얼마만큼 조정할지는 협의에 달려 있다"면서 "저와 정부, 대통령 어느 누구도 우리가 농축 재처리 권한 갖는 것에서 경제·산업적 목적 이외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추진 역시 이 대통령 임기 내 반환이란 공감대 속에 양국 논의가 계속된다.

위 안보실장은 "서로간 같은 의견을 가지고 (논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임기 내 가급적 빨리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고, 가능하리라 본다"며 "최근 한미 장관 SCM(한미안보협의회의) 협의가 있었는데, 거기서 논의된 내용도 제가 드린 말씀과 일치한다"고 했다.

위 안보실장은 주한미군 지원비용 330억 달러가 팩트시트에 담긴 것과 관련해선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를 차후 연장할 것을 상정해 앞으로 10년 가까운 기간 주한미군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을 카운트 해본 것"이라며 "새로운 양보가 아니고, 지금 지원하는 것을 계량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미 직접투자 '年200억불 상한' 명문화…車관세 15%, 반도체 '대만 수준'

무역·통상 분야 팩트시트는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관세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의 직접 투자의 경우 정부의 기존 설명대로 연 200억 달러 상한 조항이 명시됐다.

양국은 통상 분야에서 △핵심 산업 재건 및 확장 △외환시장 안정 △상업적 유대 강화 △상호무역 촉진 △경제 번영 수호 등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한국은 총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진행한다.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투자이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양국이 결정한 분야에 현금 투자한다. 다만 2000억 달러는 한국의 연간 외환지출 상한을 200억 달러로 결정했다. 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서명…김정관 "양국 산업 공급망 협력 가속화 기대"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관세 합의는 양국 간 신뢰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로 향후 전략적 투자 MOU 이행 과정에서 양국이 상호 호혜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양국 간 산업 공급망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투자 합의에 따라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유지하고 자동차 및 부품, 원목·제재목 등 목재 제품에 대한 관세는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외에 의약품 관세 또한 15%가 적용되며 제네릭 의약품 및 천연자원에 대한 관세는 철폐한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과 관세협상 중인 대만과 대등한 조건을 약속받는 문구를 삽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반도체 232조 관세는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이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양국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달 중 특별법 제출이 유력해 사실상 11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상호호혜적 무역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비관세 논의도 팩트시트에 담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연방 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는 미국산 자동차를 연간 5만 대까지 추가 개조 없이 수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협의를 통해 이러한 상한을 폐지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총 수입대수가 4만 70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쌀·소고기 등 우리나라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담기지 않았으며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법 제도와 관련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적 내용에 합의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