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단 또 방미…통상·안보 원샷 해결, APEC 후 장기전 '갈림길'
러트닉 상무장관 만나 담판…"한두 가지 쟁점으로 대립중"
"부분 합의 고려 안 해…시간 끌어 원하는 것 얻는 게 나을 수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을 위해 2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내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합의문 발표를 목표로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3500억 달러 대미투자펀드 조성 과정에서 '현금 투자' 규모와 방식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경주 합의'에 얽매이기보다는 최대한 실익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김 정책실장과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앞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각각 사흘, 이틀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 협상단은 당일치기 일정으로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우리측 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간 미국은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선불 투자를 요구해 왔지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 여력으로 불가능하다는 협상단의 설득에 현금 투자 규모 조정과 분할 투자 방안 등 대안에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단의 앞선 방미 일정에서도 미국 측과 이같은 안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이 여전히 상당 수준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현금투자 및 대출·보증 비율, 분산 투자 방식 등을 놓고 세부 쟁점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실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쟁점에 대해 양국 간 의견이 많이 좁혀져 있는데 추가로 한두 가지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야가 있다"며 "한두 가지 쟁점에 대해 우리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미국에)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과 김 장관은 귀국 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막판 협상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하기 위해 이날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협상단이 미국으로 긴급 출국했지만 APEC 기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관세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원자력협정 개정 등 안보 분야 잠정 합의안도 패키지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지만 남은 시간 안에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타결 시점은 APEC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김 정책실장은 이날 "7월31일 양국 간 타결된 안을 실행할 수 있는 양해각서(MOU) 전체에 대해 양국 간 합의가 돼야 성과물로 마무리가 된다"며 "APEC이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부분 합의된 안만 가지고 MOU에 사인(서명)하는 건 정부 내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상 분야 쟁점이 모두 해결돼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안 형태로 발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시간에 쫓겨 미국 측의 요구대로 섣불리 합의안을 내는 것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타결 시점을 미루더라도 국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간에 쫓겨 합의문을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국익에 대한) 방어가 잘 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오히려 시간을 더 끌어서 원하는 걸 받아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 또한 이날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긴장의 시간이 있을 것 같다"며 "마지막 1분 1초까지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관세협상이 급물살을 타 극적 타결될 경우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안보 패키지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국방비 증액과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 안보 협상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세협상이 지지부진해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번 워싱턴에서 이뤄졌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그 성과가 대외적으로 정리돼 발표되지 않았다"라며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통상 분야가 만약 양국 간 이익이 합치되는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으면 그 성과도 한꺼번에 다 대외적으로 발표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안보 이슈도 있고 여러 이슈가 있으니 그건 안보실 차원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전 실무선에서 관세협상이 마무리된다면 핵 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문서 형태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정책실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있고 시시때때로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미리 예단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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