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관세 담판' 기대감…포괄적 합의문 '기대' APEC 이후 타결(종합)

美, 韓 외환시장 부담 고려해 입장 수정…대미투자 펀드 운용 방안 등 세부 쟁점 남아
한미 정상, 큰틀 합의 도출할지 주목…김용범·김정관 추가 방미 가능성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9/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김지현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둘러싼 관세 협상 절충안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합의문에 서명하는 최종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 간 공유한 포괄적 합의가 문서형태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2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주중 방미 일정을 마친 협상단의 최종 보고를 검토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한미 관세협상 최종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 중 현금 투자액의 규모와 분할 투자 방안, 투자 자금 운용 및 수익 배분 등 핵심 쟁점 사항에서 미국과 막판 타결을 위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실무적 이행 방안과 대내외적 영향 등을 검토해 향후 협상 일정과 최종 타결 시점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마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美 '전액 현금 투자' 요구서 한발 물러나…韓 외환시장 부담 감안 '절충안' 부상

미국은 기존 전액 현금 투자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20일) 인천공항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찾기 위해 마지막 움직임에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미국이 계속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간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투자를 고수해 왔던 미국이 한국의 외환시장 부담을 고려해 절충안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한국의 외환 시장에 대해서 부담을 주는 선에서는 안 된다는 양측의 컨센서스가 있었다"며 "외환시장 관련한 내용이 협상의 상당한 허들이었는데, 양측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러 쟁점이 합의점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러셀 보트 국장과 펀드 운용의 재정 구조·행정 절차를 조율했고, 구윤철 부총리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李 대통령, APEC 계기 '톱다운 방식' 검토…한미 정상회담서 큰틀 합의 나올 수도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주 김 실장과 김 장관으로부터 최종 보고를 받은 뒤 협상안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 정상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매듭을 짓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30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 때 양국 합의문을 발표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시간이 촉박한 만큼 우선 정상 간 선언적 메시지를 낸 뒤 APEC 이후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지만 APEC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정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최종 타결 시점은 APEC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 계기 합의문서에 서명하는 최종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정부 협상단이 추가로 방미 일정을 잡아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협상) 교착 상태에서 몇 가지 실무적인 협의가 진전됐다고는 본다"면서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서 김용범 실장이 한두 번 더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으로는 △3500억 달러 투자펀드의 구체적 운용 규모 △투자 수익 배분 구조 △분할 투자 여부 등으로, 정부는 미국 측 제안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지 세밀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정책 라인에서는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조율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면서도, 남은 쟁점의 완결성과 시장 파급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절충안을 제시하는 시점, 절충안 내용, 조율이 필요한 부분 외 합의문 도출 가능성 등이 APEC 이전 혹은 APEC에서의 관세 협상 타결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