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새벽에도 관세협상 실시간 지휘…"APEC까지 타결 목표"
새벽 협상 이어 러트닉 회동에 촉각…외부일정 취소 '비상태세'
3500억 달러 현금투자 규모·시점 관건 속 '트럼프 리스크' 상수
- 심언기 기자, 이강 기자
(서울·워싱턴=뉴스1) 심언기 이강 기자 = 대미 관세 협상팀이 미국 현지에서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주요 내용을 보고받으며 협상팀과 대응 전략을 숙의하고 있다.
최근 미국 측이 전향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최종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협상팀은 언제든 돌출할 수 있는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자신감을 피력해 온 협상팀도 중대 변곡점을 맞아 신중한 대외메시지를 내는 등 시시각각 판단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세 협상팀으로부터 주요 논의 사항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당초 '문화행사' 주간으로 상정한 이날 이 대통령이 몇몇 일정을 소화하는 방안도 저울질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은 물론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 등 외교통상 일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해 일정 취소를 지시하고 대통령실에서 참모들과 숙의를 거듭 중이라고 한다.
특히 대통령실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회동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시간 17일 오전 7시 40분쯤부터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협상이 시작됐다.
우리 측에선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해 미국 측과 이견 조율에 나서 2시간 넘게 협의를 이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벽 시간 때도 대통령님께서 계속 챙기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전에도 국정 관련 여러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시시각각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금액의 구체적 투입 방식이다. 전액 현금 선불을 요구하는 미국 측에 맞서 우리 정부는 현금 최대 5%, 나머지 금액은 대출과 펀드로 구성하는 안으로 대응 중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한국과 무역협상이 마무리 단계"리고 밝힌 이후 우리 협상팀도 긍정적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다. 우리측 협상 주체들의 발언에도 혼선이 감지된다.
미국 측의 강경한 협상 태도에 우리 정부는 현금 비율을 다소 확대하는 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환시장 안정성을 내세워 통화스와프 역제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미국 측의 수용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 속에 부분적 통화스와프 또는 원화 기반 우회 통화스와프, 분산투자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우리 측은 하나의 중요한 협상 옵션으로 활용 중이지만, 실질적 논의에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통화스와프 요청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는 될 수 있지만 미국 측의 수용 가능성은 미지수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통화스와프는 진전이 없다"고 밝혔고, 구 부총리도 10년 분할 투자 방안이나 원화를 베이스로 한 통화스와프 논의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가 문제를 제기했고, 미국이 이해했다 정도 외에 개별 프로그램이 어떻고 이런 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 측의 지속적 설득과 통화스와프 역제안에 미국 측도 우리의 외환시장 불안정성 우려를 충분히 인지한 것은 일보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미국 측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남은 과제는 미국 측의 양보를 어느 수준까지 이끌어낼 수 있느냐로 좁혀진다. 탈중국 공급망 구축 전선에 우리나라를 끌어들이려는 미국 측의 구상도 관세 협상의 중요한 외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우리 협상팀은 예측불허 '트럼프 리스크'를 상수적 요인으로 상정하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미국 측)실무 장관은 (전액 선불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익 중심으로, 상호호혜적, 국민들이 수용 가능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협상 내용은 사인 전까지는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APEC 정상회의 계기 양국 정상 만남에서 타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추측성 전망을 자제하고, 양국 정부 간 논의를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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