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미대화' 꺼냈다…李대통령·트럼프 유엔연설 기대감

김정은 "美와 마주서지 못할 이유 없다"…美에 '새 해법 요구' 공식화
李대통령 "핵 동결 합의 수용 가능"…단계적 비핵화 한미 공감대 주목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2025.08.31.(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기자 =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행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총비서가 '비핵화 없는 대화'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우리 정부 또한 '북핵 동결'을 첫 단계로 하는 북미대화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유엔총회와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김여정 가능성 시사 이후 김정은 직접 언급…"가장 전향적 메시지"

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중요 연설'을 통해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에 대한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며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평'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이다.

김 총비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미봉남'(소통은 미국과 하고 대한민국과의 대화는 봉한다) 메시지를 냈다. 그럼에도 북한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7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국가수반(김정은)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며 미국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는데 김 총비서의 발언은 이를 구체화,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의 연설에 대해 "북미 대화에 대한 메시지 중 가장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며 "유엔총회와 APEC에서의 미중 정상 만남 등 빅 이벤트가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도)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9월 20일과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연설에서 김 총비서는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 대통령·트럼프 유엔 기조연설 메시지 주목…구체적 제안 가능성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한 날 북한의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오면서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측이 대화 의지를 보임에 따라 구체적인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총비서의 연설에 대해 "북미 대화 지원 등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측이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를 제시한 만큼 북핵 '동결→축소→폐기'라는 이재명 정부의 단계적 비핵화 구상에 미국 측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향후 북미대화 조성에 있어서 중요 지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고위급 회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도 예정돼 있어 한미 간 물밑 메시지 조율도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안한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본격화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 "핵동결 중간 조치로서 현실적 대안"…북미 대화 토대 역할 기대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생산을 동결하는 트럼프-김정은 간의 합의를 수용할 수 있다"며 "핵 동결은 긴급한 중간 조치로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아직 비핵화 로드맵을 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보면 우리가 로드맵을 제공해주고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맞으면 채택해서 진행이 됐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의 토대를 놓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핵 협상의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 뜻을 같이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며 "비핵화의 엔드스테이트(종착점)을 대화의 입구에서 약속할지, 협상의 결과로써 끌어낼지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교수도 "비핵화 협상은 미국과 북한 간에 이뤄지는 협상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철저한 공조를 이뤄 비핵화 단계와 목표를 맞춰야 한다"며 "한미 관계가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한다면 어떤 형태의 비핵화를 추진할지 한미 양국이 적극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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