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유엔총회 이어 APEC…대한민국 위상 재정립한다

트럼프 관세협상은 '관리 모드'…유엔총회 '비전 무대' 최대 활용
"연결된 외교 무대…선도적 목소리 다자 외교공감 어젠다 주도"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안토니오 코스타(왼쪽)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기념촬영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앞두고 공식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며 연설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대미 관세 협상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실무진 간 구체적 협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우선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 일정에 집중해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번 총회 기조연설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천명하고, 다자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 기여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기후 위기,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 한반도 평화 정착 등 범세계적 과제들을 중심으로 한국이 '글로벌 책임국'으로서 수행할 역할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총회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유엔 무대인 데다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엔총회에서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담과 별도로 양자·다자 회동이 예정돼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해 "전쟁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경험을 가진 한국이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여정과 함께 평화개발 인권 의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제사회와의 신뢰 회복' 메시지를 다자외교 차원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넘어 협력 네트워크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침 오는 10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중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이후 처음 회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엔 무대가 판이 커진 APEC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다자외교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유엔총회와 APEC은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외교 무대"라며 "우리가 호스트 국가인 만큼 이번은 절호의 기회이고, 유엔에서 발신한 메시지를 APEC과 잘 연계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제사회의 시선도 한국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선택과 목소리가 국제 협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 위기와 AI와 같은 초국경적 과제에서는 중견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한국이 이러한 의제를 선도적으로 다루는 것은 향후 외교적 자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기후 변화나 AI 규범처럼 국제사회의 협력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한국이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외교적 자산이자 매력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미국이 소극적인 분야일지라도 유럽과 다수 선진국이 공감하는 어젠다는 우리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총회는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다자주의 복원'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국제 질서가 양자·블록 단위의 대결 구도로 흐른 상황에서, 유엔총회를 통한 다자외교의 복원은 한국의 외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대통령실은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고 실무선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관세 협상을 '현안'으로 관리하는 한편 유엔총회를 '비전'의 무대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