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부정 '엄벌' 규제 '철폐' 실용주의…기업에도 먹힐까
산재·임금체불 강력 근절 의지…배임죄·규제 완화 달래기
일각선 경제 정책 혼선 우려도…"상충 아닌 균형 맞추기"
- 심언기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들의 안전사고 방지와 윤리 책임의식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배임죄 완화와 규제 개선 등 장려책을 동시에 꺼내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통령의 이같은 강온 양면책이 실용주의에 기반한 유연한 대응이란 평가와 일관성 부족으로 기업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재해 감소와 불법 하도급,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속속 가동 중이다. 이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와 불법행위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근로감독관이 대거 증원되는 등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노동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연간 사망 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하면 영업이익 5% 내 과징금을 매기고, 건수에 따른 영업정지·등록말소 요청이 가능해진다. 건설사들은 공공입찰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공공기관장의 경우 해임 사유가 된다.
정부의 고강도 노동대책과 함께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더 센 상법' 개정안도 재계의 불만이 높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유인이 떨어져 주가 부양 기조에 오히려 역행하고,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악덕 기업 경영진과 일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재계 반발을 일축했다.
이 밖에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두고서도 재계는 생산 차질 등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한다.
'친노동' 입법·정책이 쏟아진다는 볼멘소리가 고조되자 이 대통령은 '친기업' 당근책으로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 회의'에서 "거미줄 규제를 과감하게 확 걷어내자"면서 배임죄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9월 중 배임죄 완화 등 1차 경제형벌 혁신방안을 내놓고, 1년 내 전 부처 경제형벌 규정을 30%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공무원들의 적극행정 면책을 강화해 기업 육성 정책을 장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삭감된 국가 R&D 예산도 내년에 대폭 증액돼 35조 3000억 원, 올해 대비 20%에 육박하는 증가율의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며 대대적 산업 육성에 나선다. 특히 AI와 반도체, 방산, 바이오 등 신산업 중심으로 예산과 비합리적 규제 철폐로 친기업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옥죄면서도 푸는' 이재명 정부 기업 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경제산업 육성 메시지에 혼선이 인다는 지적과 함께 양립 가능한 실용주의적 접근이란 분석이 교차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새정부 들어 기업에 대한 부담만 늘리고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나 규제 완화 개혁들은 아직 많이 보지 못했다"며 "균형적으로 가려면 기업의 필요성을 참고한 규제 개혁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한 관계자는 "배임죄 완화는 상법 개정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기업 경영권 방어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 보완책이 좀 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한 3선 의원은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산재 엄벌 조치를 하면서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것은 상충하는 게 아니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며 "(노사) 각자의 의무를 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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