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로 전자제품 산 공공기관 직원들 대거 적발…5년간 21억어치

권익위, 2020~2024년 교육훈련비 집행실태 조사 결과 발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8/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공공기관 임직원이 자기계발 등을 위해 제공한 교육훈련비로 개인용 전자제품을 구매한 사실이 대거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의 교육훈련비 운영 실태 조사를 통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노트북·태블릿PC·헤어드라이어·청소기 등 약 21억 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매한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권익위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고가의 전자제품을 학습콘텐츠에 끼워 팔고 있고,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교육훈련비로 이러한 전자제품을 개인적으로 취득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초 조사를 실시하고, 교육훈련비 부적절 집행이 의심되는 10개 기관을 선정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의 집행 실태를 집중 조사했다.

해당 기관은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석유공사,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국제교류재단, 국립공원공단,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 한국산업은행,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환경공단이다.

조사 결과, 10개 중 9개 기관에서 1805명이 약 25억 원의 교육훈련비 지원을 받았고, 21억 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매한 것이 드러났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5년간 10차례에 걸쳐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노트북, TV, 로봇청소기 등 11개 제품을 구매하고 교육훈련비 853만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소속 임직원이 어학 검정시험 및 각종 자격증 시험에 접수만 하고 응시하지 않았음에도 해당 응시료를 교육훈련비로 지원받거나, 시험 접수를 취소한 후 환불금을 받아 편취한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교육훈련비와 복리후생비 성격이 혼재된 유사 예산을 편성해 전자제품 구입 등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에서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에게 제공되는 맞춤형 복지비와 중복되는 별도의 복리후생비 예산 편성·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에서 교육훈련비 부적정 집행이 확인된 기관에 대해 교육훈련비를 통한 전자기기 등 물품 구입을 즉시 중단하는 한편 부당 집행액을 환수하고 부당 집행에 대한 내부 제재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기관을 감독하는 중앙행정기관 등에는 소관 공공기관이 교육훈련비 성격의 지출을 복리후생비 등 다른 예산 항목으로 우회 편성해 지원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기관에 대해서는 감사 및 추가 조사를 통해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 환수 및 문책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도록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부패방지총괄기관으로서 교육훈련비를 포함한 각종 예산의 관행적 낭비와 목적 외 사용을 철저히 점검하고, 공공기관의 부패행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실태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