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남 권한 李대통령…조선협력·무기구매 꺼낸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李대통령 "피스메이커 해준다면 페이스메이커 할 것"
트럼프 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방위비·알래스카 가스전 청구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워싱턴=뉴스1) 한재준 이기림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조선업 등 경제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43분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소인수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력 서명식 일정으로 애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회담이 지연됐지만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 시작에 앞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꿈인데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고, 그게 다우존스 지수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조선 분야 뿐만 아니라 제조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만남 원해"…李대통령 "피스메이커 해준다면 페이스메이커 하겠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 지도자 중 전 세계의 평화 문제에 대통령님처럼 실제로 성과를 낸 건 처음으로 보인다"라며 "가급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를 지어 저도 골프 좀 치게 해주셔서 세계사적 평화 메이커로 활동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미국 정치에 잠시 물러선 동안 북한의 미사일도 많이 개발됐고, 핵폭탄도 많이 늘어났고, 진척된 것 없이 한반도 상황이 정말 많이 나빠졌다"며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꼭 열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가질 것이다. 김정은도 저와의 만남을 원하고있다"라며 "저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 긍정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제가 경험한 (한국의) 여러 지도자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제 생각에는 적절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은 훨씬 더 올바르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무장지대(DMZ) 재방문 의사도 내비치면서 "현재 상황에서 바로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적절한 방식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저의 관여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미 조선 협력 공감대…트럼프 "APEC 참석할 수 있을 것"

이날 양 정상은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의 조선 르네상스에 한국도 협력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선박을 매우 훌륭하게 건조한다"고 맞장구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도 다시 선박 건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 할 뿐만 아니라 미국 인력을 활용해 한국 기업과 함께 선박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묻는 질문에 "참석하고 싶다"라며 "이번에 무역 회의 차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 일정 중 시간을 내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측에서 원하면 일정에 맞춰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중국 방문 계획이 있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함께 가면 에너지도 절약하고 오존층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트럼프 방위비, 무기구매 등 요구…확대회담 논의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문제와 조선 협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무기 구매와 방위비 분담 등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 측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관련해 "한국에 4만 명 이상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한국이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비용 지불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해 "우리가 요새를 짓기 위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며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우리가 대규모 군사 기지를 건설해 막대한 돈을 투입한 그 땅의 소유권을 한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이다. 한국이 일정 부분 기여를 하긴 했지만, 임대가 아닌 소유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B-2 폭격기의 성능을 언급 "한국이 미국의 뛰어난 군사 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가스전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요구했다. 그는 "한국과 합작사업을 통해 에너지 사업을 개발할 것"이라며 "자원적 이점을 미국이 십분 활용하고, 한국도 미국의 자원을 적극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 정상은 이날 소인수 회담을 마치고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년필을 선물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