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반발' 與 양도세 개정 '멈칫'…정청래 "빠른 시간 내 정리"

세법개정안 발표, 코스피 급락에 '재검토' 시사…이견 속 당 내홍 조짐
대통령실 "당내 이견 정리 안 돼"…정청래 "공개 표명 자제" 함구령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첫 세제개편안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두고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여당은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기획재정부에서 개편안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내 논의 사항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여당 내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4일 국회 전자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약 12만 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31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튿날 코스피 지수가 3.88%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은 화력을 더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여권은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10억 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 정상화 특위',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며 재검토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진성준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일 김 원내대표의 입장에 반대 취지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당내 갈등이 표면화됐다. 진 전 의장은 페이스북에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하지만, 선례는 그렇지 않다"며 "윤석열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와 진 전 의장의 의견 충돌이 드러난 이후 당내에서는 세제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고조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1일 코스피 지수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과 관세 협상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세제개편안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복합적 요인으로 지수가 움직인 것인데 지도부가 너무 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대통령실은 일부 비판적 여론만으로는 정책을 바꿀 수 없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내 이견이 있는 상황이고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내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확정된 방침이 아니라는 점을 내비치며 조정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다.

여당 또한 당내 논의를 통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투자자들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수정 절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여당 정책라인의 변화도 변수다. 이번 세제 설계를 주도한 진 전 의장이 교체되고,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새롭게 정책위의장에 취임했다. 정청래 당대표와 한 의장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따라 개편안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

정청래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공개 표명을 자제해달라"며 당 구성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이어 정 대표는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을 향해 "A안, B안을 보고해 달라"며 "빠른(이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는 1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낼 때 빠질 수도 있고, 국회에서 논의하며 변경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대통령 축하 난을 받고 미소 짓고 있다. 2025.8.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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