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쌀·소고기 추가 개방 없다…車관세 15%는 아쉬워"(종합)

(서울=뉴스1) 한재준 김지현 한병찬 기자 = 우리나라가 31일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대규모 대미투자를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쌀·소고기 추가 개방없이 이뤄낸 결과다. 다만 자동차 품목 관세는 우리의 최선 목표였던 12.5%보다 높은 15%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협상 결과 우리나라는 일본·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 품목 관세 또한 15%로 하향조정했으며 추후 부과될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약 486조)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업 협력펀드와 2000억 달러의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투자 펀드를 합친 금액이다.

일본이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제시한 5500억 달러의 투자안보다는 적지만 미국 측이 제시한 4000억 달러 투자에 근접한 수치다.

김 실장은 한국·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 달러, 685억 달러라는 점을 언급 "우리의 투자펀드 규모를 경제 규모만으로 일본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더욱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우리의 펀드 규모는 2000억 달러로 일본의 35%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한미 조선업 협력펀드는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라며 "우리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투자가 될 예정이다. 우리 조선 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자율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등 분야의 2000억 달러 펀드와 관련해 "펀드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실장은 "펀드 운영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기로 했으며 합리적이고 상업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며 "이런 표현은 일본 펀드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억 달러는 (직접) 투자는 일부 있겠지만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이다. 제 감으로는 수출입은행이나 대출보다도 오히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보증이 제일 많은 금액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00억 달러는 (투자) 한도다. 우리가 생각하는 펀드 투자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우리는 펀드에 에쿼티(equity, 자본), 론(loan, 대출), 개런티(gurantee, 보증)를 다 포함한다. 일본을 참고해 비망록에 다 적어놨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3년 반 동안 액화천연가스(LNG) 및 기타 에너지 제품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구입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통상적으로 늘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입액이기 때문에 무리가 없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협상에서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김 실장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의)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무역을 완전 개방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우리나라 농업 분야가 (미국에) 99.7% 개방돼 있다. 다만 0.3% 10개 내외 종목만 유보돼 있다"며 "(우리가) 미국 소고기의 제1수입국이다. 이런 얘기를 (미국 측이) 상당히 많이 공감해 줬다.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을 딜을 요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판단할 때 정치적 민감성과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감안해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협상 단계에서 아주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품목 관세는 15%라는 숫자를 받아들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유럽연합(EU)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으려면 12.5%로 협상이 타결돼야 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라며 "저희가 12.5%로 최선을 다해서 주장했으나 거기까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12.5%)을 (고수)하려고 하면 여러 틀이 흔들린다"라며 "이번에 각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협상을 보면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나 FTA 이런 체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체제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이해한다. 유럽의 경우도 15%"라고 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철강 등에 대한 품목관세는 논의되지 않아 기존 5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다만 김 실장은 "반도체나 의약품 품목관세는 우리도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해 놨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2주 내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한미 투자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미 간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투자 패키지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해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