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노란봉투법에 성난 재계 달래기…배임죄 완화 카드

"과도한 형벌로 기업 경영 위축돼선 안돼"
사실상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유화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 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과도한 경제 형벌로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 내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곧바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시행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에 난색을 표하는 재계에 배임죄 완화 등 기업 활동에 부담을 더는 당근책을 제시한 셈이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점검TF를 통해 기업 규제와 관련해 "꼭 필요하지 않은 규제들은 최대한 해소 또는 폐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그간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측에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원청에 하청노동자 단체교섭 의무까지 지우는 등 '기업활동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여기에 업무방해 형사처벌 조항 약화와 맞물려,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최근 일제히 성명을 내고 "노란봉투법 시행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기업 활동에 중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경제형벌 합리화’를 공식화한 것은 법 시행을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충돌 국면에서 일종의 조율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업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겨온 '배임죄 적용의 합리화'가 논의될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형벌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예고해 온 국정과제 중 하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경제형벌법의 체계 정비와 실효성 제고를 주요 과제로 검토해왔다. 당시에도 △업무상 배임·횡령죄의 유연한 적용 △과도한 형벌 규정 완화 △사법리스크로 인한 투자 회피 방지 등을 주요 논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배임죄는 현재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일례로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위험 감수와 도전적 경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게다가 앞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입장문을 내 외국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으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 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맥락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배임죄가 남용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시 한번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수석도 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는 것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투자를 꺼린다"며 "배임죄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얘기를 대통령께서 들으시고 상당히 그 부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내달 중 경제형벌 합리화 TF 구성 방향과 참여 기관, 과제 범위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TF의 공동 단장을 맡고 각 부처 차관급들이 경제 법령상 처벌 조항을 전부 조사해 이번 정기국회에서부터 본격 정비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부터 본격적인 정비를 해서 1년 내 30% 정비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기재부를 넘어 민간 전문가와 기업인 자문단도 함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노란봉투법의 공포를 앞두고 노동계와 재계 양측의 민심을 모두 고려한 '균형'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데다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 중 하나이기 때문에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