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총력전…美 최고 수준 압박에 韓 "시한 넘길 수도" 배수진

구윤철 31일 베선트와 담판…이재용·김동관·정의선도 미국행
美 "더 가져와라" 압박 높여…대통령실 "이게 협상인가" 격앙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30/뉴스1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한인 내달 1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쳐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 외교·경제·통상 분야 수장들은 물론,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까지 미국 현지를 찾으며 민·관이 총출동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목전에 두고 '최선의 최종안'을 내놓으라며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동맹국을 향한 미국의 고압적 태도가 지나치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시간으로 31일 오후 10시 45분부터 최종 협상을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전날(30일)에도 미국에 머무는 구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단으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구 부총리를 비롯한 협상단을 격려하는 한편 "어려운 협의인 것은 알지만 우리 국민 5200만 명의 대표로 그 자리에 가 있는 만큼 당당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는 국익 최우선 원칙하에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미 간 상호호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패키지를 마련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들도 정부와 발을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관세율에 따라선 직격탄이 예상되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이날 관세 협상 우회 지원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에 앞서선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맡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방미길에 올랐다.

민관이 힘을 합쳐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스코틀랜드 출장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러트닉 장관은 한국 정부 당국자를 향해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수십조 원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나 농·축산물 일부 개방 등 한국 측의 카드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통령실 안에서도 시한 내 타결에 회의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관세 발효 시한에 쫓겨 우리 국익을 크게 훼손하는 합의안은 두고두고 우리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관세 시한이 넘어갈 수도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까지 다 받아주면서 타결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 국가 간에 협상할 때는 양측이 가이드라인을 줬지만 지금은 무엇을 주겠다고 하면 '안 돼 더 가져와' 이러고 가만히 있는다"며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협상인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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