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약소국인가, 美 무리한 요구"…'관세 불사' 배수진

한미 관세협상, 민관 총력전에도 韓 수정안에 시큰둥…"분위기 밝지 않다"
"관세 몇 프로 내리려 너무 많은 양보 안 돼…시한 넘길수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 전 대화를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30/뉴스1

(서울=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관세 협상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대통령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미 투자규모 및 협력 수준에 양측 이견이 팽팽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동맹국을 향한 미국의 고압적 태도가 지나치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졸속 협상으로 국익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해지며 관세 발효 전 협상 타결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재무·통상·외교·안보 라인을 총동원해 8월 1일 관세발효 전 미국과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조선업 협력 등과 함께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및 바이오 분야의 투자·협력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통상 전분야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패키지 딜'에 힘을 쏟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2시간 가량 통상협의를 가지는 등 현지 협상단도 분주한 모습이다.

구 부총리는 오는 31일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통상협의를 진행하는 등 막바지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정부와 발을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관세율에 따라선 직격탄이 예상되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이날 관세협상 우회 지원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에 앞서선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맡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방미길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금지) 2025.7.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는 '국익 최우선' 방침 하에 외교·안보·통상·투자 분야 '패키지 딜' 전략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8월 1일 관세발효 전 우리 정부·기업의 직접적 부담을 덜고 관세율을 일본·EU 수준인 15% 선에서 도출해 내는 것이 1차 목표이다.

미국 측은 우리 측 제안에 흥미를 보이면서도 합의 의사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의중에 협상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 협상 카운터파트도 재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우리 협상팀이 마스가 프로젝트와 같은 전향적 협상안을 제시해도 미국 측은 확답 없이 추가안이 필요하다는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과거 FTA 등 협상에서는 어느 선까지 합의가 됐고, 남은 쟁점은 무엇인지를 갖고 토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측이 제안해도 답을 안 주는 상황"이라며 "분위기가 썩 밝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명확한 요구안 없이 우리 측 제안에 미온적 태도로만 일관하면서 대통령실 안에서도 시한 내 타결에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관세 발효 시한에 쫓겨 우리 국익을 크게 훼손하는 합의안은 두고두고 우리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내일 (협상장에)가봐야 한다. 관세 시한이 넘어갈 수도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까지 다 받아주면서 타결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정도 약소국이 아닌데 (동맹국인)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관세 몇 프로 더 내리기 위해 너무 많이 양보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