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유화 제스처'…北 거친 반응 속 '대화 복원' 기대

北, 李정부 출범 후 첫 메시지…대통령실 "남북 신뢰 회복"
APEC 성패 가를 트럼프 참석 여부…"북미회담 촉진 노력"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재명 정부 초반부터 유화적 제스처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화 무드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대북 확성기 중단을 지시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 관계 개선은 한미동맹과 중·러·일 등 주변국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여서 남북 양자 간 대화로는 한계점도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경주 APEC 회동'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를 첫 언급하며 연이틀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 수위는 높지만 이재명 정부에 대한 일체 반응을 삼가던 기조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전날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국제적 각광을 받아보기 위해 아무리 동족 흉내를 피우며 온갖 정의로운 일을 다하는 것처럼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으며 조한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의 시계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의 집권 50여일만 조명해 보더라도 앞에서는 조선반도 긴장 완화요 조한관계 개선이요 하는 귀맛좋은(듣기 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미한은 상투적 수법 그대로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보려고 획책할 것"이라고 했다.

잔뜩 날이 선 발언 수위이지만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반응이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주무 부처인 통일부 정동영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에 건의할 생각이 있다. 내일 실무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재차 북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실은 이에 "한미 연합훈련 조정 관련하여 통일부 장관뿐만 아니라 국방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무산 가능성이 낮은 현실적 상황과 별개로, '검토 중'이란 전향적 입장으로 북한에 우호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News1 DB

북한은 29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입장문으로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1기 하노이 회담 굴욕 등을 상기하며 대화의 전제 조건을 높게 설정한 강경한 발언이지만,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대통령실은 이에 "한미 양국은 평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한미는 향후 북미대화를 포함, 대북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대화 복원을 물밑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아직까지 APEC 정상회의에 북한을 초대하는 데 대해선 선을 긋고 있고 북한 역시 김 부부장 담화에서 "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며 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PEC 참석이 확정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급부상할 전망이다.

내년 APEC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 참석이 유력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방한까지 성사되면 '빅2' 회동뿐 아니라 이에 뒤따르는 후속 다자·양자 정상회담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 밀착 속에 대외 활로를 뚫기 위해 전략적 판단을 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요청이 구체화할 경우 북미 관계가 급물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앞으로 평화 분위기 안에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회담 재개를 촉진하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