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은 형님 일하던 회사, 목숨값 300만원 아냐"…SPC 질타한 李대통령
SPC시흥공장서 산재사고 점검…회사대표, 설명 실수하자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
李대통령 "왜 12시간 시키나 임금 너무 낮아서?" 지적에 SPC "노동형태 바꾸겠다"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이번 사고 시간이 몇시였냐" "목격자가 있었냐" "교대시간은 몇시였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SPC삼립 시흥공장을 찾아 지난 5월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 경위를 점검했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로부터 당시 상황 설명을 듣던 이 대통령은 중간중간 의문 사항을 물어보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당 공장은 야간에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이날 김 대표는 근로자 사망 사고가 당시 오전 2시 50분에 발생했다고 보고하며, 사망 근로자가 일하던 라인에 4~5명이 함께 근무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근로자가 10m 거리에서 일하고 있어 목격자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공장 근로자들이 3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4일 (주야) 12시간씩? 3교대가 아니라 맞교대네요"라며 "밤 같을 때는 (근로자들이) 졸리겠네요"라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가 근로자 휴식시간 주기를 잘못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두 번, 세 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4일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 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경영 효율상으로 보면 12시간씩 일하면 8시간 외 4시간에 대해서는 150%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제가 경영자라면 150%씩 주고 12시간 시키느니 8시간씩 3교대를 시키는 게 임금 지급에서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 왜 그렇게 하시냐"며 "임금 총액이 너무 낮아서 8시간씩 일을 시키면 일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그런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고, 허 회장은 노동 형태를 바꿔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삼립은 저희 형님이 일하던 인연이 있다"며 "심야에 대체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을 일하다 보면 심야 시간이 힘들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부주의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 사고는) 노동자들이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며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돈을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 한 달 월급 300만 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 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돈보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안전을 위해 비용도 충분히 감수하는 그런 사회가 되길 원한다"며 "고용노동부에서는 평소에 갖춰야 할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일상적으로 잘 관리하길 바란다. 300명 근로감독관 조직도 신속히 해서 예상 못할 곳에 실시간으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불시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까지 우리가 노심초사해야 하나 이런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노심초사해야 한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 아니냐.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허영인 SPC그룹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김지형 SPC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강희석 CJ푸드빌㈜ 음성공장장, 이정현 ㈜크라운제과 대전공장장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과 김종윤 산업안전보건본부장 등이 자리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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