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초대내각, 현역의원 8명으로 추진력 '업'…경제는 관료·산업은 기업인

대통령실 합쳐 현역 10명 넘어…개혁 부처 배치해 '혼연일체' 추진력 확보
경제·산업 분야에 전문성 가진 인사 최우선…국토부·문체부만 남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인선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지금까지 이 대통령의 인사를 짚어보면 대통령실 요직과 부처 장관에 현역 의원만 10명 이상을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친명(친이재명) 색채의 추진력이 강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권 초기 강력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는 관료 출신을, 산업 분야에는 경제인을 발탁했다. 거시 경제정책을 대통령실 중심으로 주도권을 가져가되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산업 정책은 현장을 아는 전문가에게 실무를 맡겼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29일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장관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통령실·내각에 현역 의원 10명 이상 기용…"혼연일체로 뛸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초대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각각 더불어민주당 5선의 정성호 의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을 지명했다.

이번 인선으로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및 내각 인사에 포함된 현역 의원은 10명 이상이 됐다.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은 물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모두 현역 출신이다.

내각만 놓고 보면 7명(국세청장 제외)이 현역 의원으로, 김민석 후보자까지로 넓히면 8명이다. 김대중 정부 초대 내각(10명)에 필적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회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의원들을 기용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측근 등 당 중진 의원들을 개혁이 필요한 부처에 포진시켜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사법개혁을 담당할 법무·행안부에 중량감 있는 측근 의원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성호 의원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38년간 알고 지낸 '최측근' 인사다.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인 '7인회' 좌장이기도 하다.

윤호중 의원은 민주당에서 사무총장,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모두 지낸 '전략통'으로 지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라는 임무를 맡은 환경부와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 개편을 앞둔 여가부, 국방 개혁과 해수부 부산 이전을 담당한 국방·해수부에도 모두 현역 의원이 포진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이 한미 관세 협상이라든지 여러 가지 막중한 현안 속에서 인사를 긴급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호흡해 왔던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 혼연일체로 뛸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윤호중 민주당 의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지빌리티 사장,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제 정책은 관료, 산업은 경제인…전문성에 집중

꾸려진 내각에서 경제와 산업 정책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도 엿볼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정책 분야에는 관료를 기용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을 임명한 데 이어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도 기재부 2차관 출신의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발탁했다.

역대 정권에서 교수·관료 출신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인사를 선호해 왔는데, 이를 깨고 모두 관료 출신을 기용한 것. 정책을 가장 잘 아는 기재부 출신을 배치해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금융 정책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재정 전문가로 통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도 관료 출신을 지명한 건 정책의 전문성을 우선하겠다는 의중 아니겠냐"고 했다.

산업 분야에는 경제인이 대거 배치됐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 센터장이 임명됐으며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가 발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정관 두산에너지빌리티 사장이 지명됐다.

이재명 정부는 AI와 에너지 산업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해당 국정과제를 추진해 갈 부처에 관련 기업인을 전진 배치한 셈이다. 에너지 기업에서 활동해 온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기재부 출신 인사이기도 해 정책 측면에서도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강 비서실장은 김정관 후보자에 대해 "기재부 관료 시절 쌓아온 글로벌 경제와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임을 결정한 것도 전문성에 집중한 인사 기조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오 처장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유임 사례다.

강 비서실장은 "오 처장은 산업계와 학계, 관가를 두루 거친 전문가"라며 "무엇보다 유능함을 고려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까지 17개 부처에 대한 장관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만 남게 됐다. 국토부 장관 후보군 또한 민주당 맹성규·손명수·윤후덕 의원 등 현역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