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정 선 尹 "부정선거"…진화한 '옥중정치' 보수 자극

'2대 8 가르마' 직무정지 전 존재감 과시하며 여론전
"지지층 결집, 중도엔 부정적…법원 난입 영향 봐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강조하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비판과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심판 출석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붉은 넥타이와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대심판정에 등장했다. 이마를 훤히 드러낸 2 대 8 가르마로 직무정지 전 이미지를 유지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존재감과 권위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변론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임명한 헌법재판관 앞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한 적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쪽지를 준 적 없다"는 등 탄핵 소추 사유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계엄 선포 전에 여러 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또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강한 갑(甲)"이라고도 했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불만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출석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을 넘어 '옥중 정치' 연장선에서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약 40분간 직접 발언하며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윤 대통령은 향후 남은 탄핵 심판 일정에도 모두 출석할 예정이다.

헌재 변론은 생중계되지 않았지만 녹화된 영상이 공개된 이후엔 여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한 윤 대통령의 모습은 '불법수사의 희생양' 이미지를 부각시켜 보수층 결집을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메시지 정치'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 재판 성격이 짙은 탄핵심판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사법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헌재 탄핵심판이나 옥중 서신 등을 통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탄핵심판에 주력해 탄핵소추안 기각을 이끌어내고, 공수처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탄핵 반대 여론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민심의 기류는 탄핵 인용이 국민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 재판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헌재가 독립적 판단 기관이지만, 여론과 민심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가 법적으로 판단을 하겠지만, 윤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면 탄핵심판 심리에서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탄핵 반대 여론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으로 더 상승하면 헌재도 탄핵을 인용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도층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층 지지를 얻어야 하는 차기 대선에서 강성 보수 결집 전략이 오히려 여당에 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여론전이 여당 지지율을 상승시켰지만, 중도층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가 여론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