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도전⑫]세계는 이제 '新 냉전'…중·러 힘으로 현상변경 시도

우크라 전쟁으로 선명해진 미국 등 서방 진영 vs. 중·러 '포스트 팍스아메리카나'

편집자주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제20대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마침내 출항했다. <뉴스1>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번 정부가 처한 나라 안팎의 현실을 '도전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조명해 보려고 한다. 정치적으로는 '여소야대'가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를 가장 핵심적인 위협으로 부상했고, 경제적으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경제'가 정책적 선택지를 옥죄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청년층 젠더 갈등의 폭발을 비롯한 '갈등의 일상화' 시대가 펼쳐져 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행보에 서방세계가 맞서는 '신냉전' 격랑이 한창이다. 항해 시작부터 험난한 삼각파도와 암초를 상대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사회·경제·국제 등 다방면에서 고개를 내미는 도전들 앞에서 성공적인 응전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앞. 2022.5.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 패권 구도를 바꿔놓고 있다.

기어이 터진다면 대만이나 남중국해일 거라 예상한 '세계대전급' 전장은 21세기에도 유럽 대륙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을 중심으로 펼쳐질 줄 알았던 '포스트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 평화, 그 이후)'의 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오롯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꾀하는 외교 전략도 짠 터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강행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 개시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3월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중 기시다 후미오(왼) 일본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뒤편으로는 (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개전 이래 세계는 이제 양대 진영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그 동맹·파트너가 똘똘 뭉친 서방 자유 진영의 반대편에는, 러시아의 무자비한 침공에도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사실상 편 들어주는 중국과 그 뒤에 헤쳐모인 반(反)미 국가들이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기 직전인 2월 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쟁 개시 관련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게 서방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올해 2월4일 베이징에서 정삼회담을 준비하던 모습. ⓒ AFP=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성격과 그 전개 양상이 서방과 러시아 등의 '대리전'이라는 점도 이제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기 직전까지 서방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동유럽 국가 가입)을 멈출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요구했고, 서방은 나토 가입여부가 각국의 주권 사안인 점을 구실로 이를 거부했다.

사실 나토의 동진은 애초 1997년 서방이 러시아와 약속한 '러시아-나토 창설법(Founding Act on Mutual Relations, Cooperation and Security)' 위반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무자비한 공격을 강행 중인 러시아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배경에는 서방과 러시아간 냉전시대식 반목이 있다는 의미다.

결국 우크라이나 각지로 쏟아지게 된 러시아의 미사일과 포격·폭격을 상대하고 있는 건 서방 국가들이 제공하는 무기다. 약이 잔뜩 오른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이나 다른 유럽 국가로의 확전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사실상 '서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바야흐로 '신(新)냉전'이다. 소련 붕괴 후 정확히 30년 만이다.

미국의 안보전문가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을 19세기 냉전의 상징적 전쟁인 한국전쟁에 비유했다. 로이터·WSJ 기자 출신인 포틴저는 도널트 트럼프 전 정부의 안보 전략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의 전개는 시진핑과 푸틴이 서방을 상대로 신냉전을 시작했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는 시진핑이 스탈린 역할을 하고 푸틴이 마오쩌둥 역할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중·러가 책임 있는 기여자가 되길 바랐지만, 실패했다는 게 미 전·현직 당국자들의 평가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주택가에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시칸스크 인근 도로에서 의무병이 러시아 군과 전투 중 부상을 당한 병사를 응급 치료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신냉전의 향방을 가를 '역사적 사건'으로 치닫고 있다. 기어이 한반도처럼 분단돼 냉전의 상흔을 안고가게 될 것인지, 10년 전쟁의 수렁으로 소련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이 될지, 혹은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에 따라 미래 세계 질서가 바뀔 수 있다.

분단 현실 속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한국에 있어 신냉전은 더욱 어려운 도전과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간 미국과의 굳건한 안보 동맹에도, 경제관계를 중심으로 중국은 물론 러시아나 이란 등 반미 국가와도 '비교적' 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진영 갈등이 격화해도 지금의 평가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지난 세기 냉전 때처럼 격랑에 휩싸이게 될까.

신냉전과 함께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간 국제 정치·경제 기조와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