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낡은 옷 이제 갈아입어야…"개헌 더 미룰 일 아냐"
[尹정부 과제]④ 5년 단임제 대신 4년 중임제·책임총리제 도입 목소리
"제왕적 대통령제 벗어나 의회와 권한 나눠야"
- 정재민 기자, 서혜림 기자, 윤다혜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서혜림 윤다혜 기자 =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기록될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윤 당선인은 과반에 못 미치는 48.56%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를 0.73%포인트(p) 차이로 제치며 역대 최소 득표율 승리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승리의 성적표' 뒷장에는 정확히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선 과정에서 논의됐던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 정치개혁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지난 35년간 묵은 때로 찌든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통해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하지만 '어떤 개헌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격론이 오간다. 아울러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 어린 시선도 따른다.
뉴스1은 20일 정치권 원로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국민통합의 수단인 정치개혁, 그중 윤석열 정부를 향한 '개헌'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모든 5년 단임 대통령 실패…정치개혁의 필수·협치·통합 지름길은 개헌"
이른바 '87년 체제'로 불리는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35년간 반복돼 왔다. 이에 제6공화국 출범 후 개헌을 둘러싼 논의는 모든 대통령이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권은 '이제는 종식을 고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세부적인 방향에 대해선 미묘한 차이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꼽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자신을 '개헌론자'로 소개하고 "정치개혁의 필수는 개헌이 유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 국회 추천 총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혁명의 궁극적인 메시지도 결국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외침이었다고 짚었다.
문 전 의장은 현재의 대통령제를 '올 오어 낫씽(All or Noting)'으로 규정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 대통령제가 계속되면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 결국 이번 윤석열 정부의 과제도 '협치와 통합', 그를 향한 지름길은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대통령제 해체가 어렵다면, 국회 추천 총리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 전 의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야당 대표에게 총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예를 들며 "연정제안 이상의 대안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실질화하려면 결국 여야 합의 하에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개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총리제보다는 4년 연임제 손을 들어줬다.
이 교수는 "순수한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가는 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는 분권형이라 본다"며 "단순히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갖는 것은 분권도 아니고 잘못하면 '윤석열 대통령-문재인 총리'와 같은 조합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역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선결 조건으로 '다당제'를 제시했다.
그는 "기득권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신뢰가 회복되면,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의회와 나누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또한 87년 5년 단임제로의 대통령제 개헌 후 6공화국에서의 35년을 '실패'로 규정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분권형 또는 이원집정제 같은 준내각제로의 개헌이었다.
정 전 의장은 "대통령은 4년 중임으로 하되 나라를 대표하고 한두 가지 중요 권한만 주고, 실질적으로 내각제처럼 운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권력에 대한 욕심보다 대한민국을 대변혁시켜 미래를 열겠다는 일념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임기를 줄이더라도 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이고 5년을 또 낭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이라고 하면 보통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권력구조뿐 아니라 정당 선거 등이 함께 어울려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졸속으로 하기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책적인 효과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개헌을 성공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에야말로 해야 하지만…" 실현가능성에 떠도는 물음표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진영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윤석열 정부에서 과연 개헌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엄기홍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모두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헌 문제를 꺼내면 반대 편에선 무조건 반대한다. 국회에선 물론, 유권자 차원에서도 동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여야 합의가 이뤄질만한 제도가 도출돼야 개헌까지 나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공전을 거듭해 왔다"며 "개헌 필요성은 높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전 개헌이 이슈가 되지 않았던 대선은 거의 없었다. 개헌을 주장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정치 현안을 빨아 들여 주목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가능성엔 낮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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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다. 이 시기 만들어진 정책 구상을 통해 향후 윤 정부의 성패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이끌 핵심 정책과제들이 시작될 현재 지형을 파악하고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야 한다. 로드맵이 중요하다. 뉴스1은 윤 정부 5년을 좌우할 핵심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20차례에 걸쳐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