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가 文 '종전선언' 제동?…"원론적 의미, 美대선 이후 기대"

폼페이오 발언에 '종전선언 반대' 해석…전문가들 "원론적 이야기"
종전선언, 차기 美정부에 제시…대선 후 북미대화 재개 추진할듯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구상을 놓고 미국이 향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 온 미국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이 북한의 핵 포기 없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북한 비핵화나 북한 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에 관한 일련의 사안들에 북한과 남한 사이 상태를 바꾸는 문서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평화와 안정, 북한 주민들을 위한 중요하고 좋은 결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며 "우리는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서 궁극적으로는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종전선언)으로 이어질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종전선언이 비핵화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으로, 문 대통령의 '선(先) 종전선언' 추진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관한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향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재천명되면, 거기에 상응한 조치들이 같이 갈 것이란 원론적 답변"이라며 "한미가 종전선언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종전선언에 관해 한국과 결이 다른 답이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비핵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차원"이라고 봤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라는 목표를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시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7월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뒤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 재개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3달 후인 지난 1일 미국 국무부는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미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란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연한 접근, 즉 종전선언이란 '징검다리'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북한과 미국이 각각 주장하는 '선 체제보장-후 비핵화', '선 비핵화-후 체제보장'보다 낮은 단계의 '정치적' 선언으로, 비교적 달성하기 쉬운 목표로 인식된다. '체제보장-비핵화'란 최종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5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0.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종전선언을 고리로 북미 간 대화 재개를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과 이달 2차례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의도에서 차기 미국 행정부와 북한에 종전선언이란 남북미 간 합의 이행를 촉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재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더 과감하게 접근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며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겪으며 관료들의 저항을 경험한 만큼 뜻에 맞는 인물들로 안보라인을 전격 교체해 과감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관해선 "바이든은 2000년 북미 코뮤니케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의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트럼프의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방식 대신 자신의 외교술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를 강경 일변도로 끌고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정부를 꾸리는 데 6개월 정도 걸리고, 오바마 등 민주당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원칙적 입장을 갖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속도감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