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 향해 '5대 제안'…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시동
①접경지역 협력 ②스포츠 교류 ③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현
④비무장지대 유네스코 공동등재 ⑤김정은 위원장 답방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를 통해 북측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5대 제안'을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접경지역 협력과 스포츠 교류, 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현, 비무장지대(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비롯해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공동행사 등을 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이 그것이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무위로 돌아간 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좀처럼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시나리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 간 만남으로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지난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후 상황이 점차 악화돼 "북미 말폭탄이 난무하던 2017년으로 돌아갔다"는 곳곳의 평이 심심찮게 나왔던 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세상은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 대해 "나에게 한 약속(비핵화)을 어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언급, 김 위원장을 향한 회의를 드러냈다.
이러한 북미관계 악영향 여파로 남북관계 또한 그다지 좋은 기류는 아니다.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6일 문 대통령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 구상'을 언급하며 "자화자찬하면서 철면피하게 놀아댄다"고 비난했다. 이날(7일)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도 "남조선 당국이 너덜너덜해진 저들의 대북정책을 광고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틀어진 북미관계 속 우리를 향해서도 날이 선 북한의 모습에 올해 신년사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담아내야할지 며칠동안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8, 2019년 신년사에서도 한반도 평화는 빠지지 않았던 주제다.
고심 끝 마련된 문 대통령의 '5대 제안'은 우리 국민과 북측 모두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시금 이르렀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향한 신념과 국민들의 단합된 마음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접경지역에서의 협력은 5대 제안 중 가장 낮은 단계의 협력이자, 우리 국민과 북측 모두 긍정할 대표적 제안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접경지역에서 피해를 입는 부분이 있어, 협력할 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 세 번째에 "생태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세울 것이다"라는 부분을 유심히 본 것으로도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노르웨이 방문 당시 오슬로대 연설에서 남북을 '생명공동체'로 칭하고 접경지역의 화재와 홍수, 산사태, 병충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은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이 참가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 구축에 청신호가 들어왔던 것을 상기해 스포츠 교류 활성화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적 스포츠 경기의 경우, 일반 국민이 접하기 쉽고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는데다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까지 한다는 점에서 대내외적 파급력이 크다.
이외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내고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등재했던 것처럼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에 합심하자면서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철도·도로 연결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풀려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동유치 의사를 전달한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위해선 관련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북측에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는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도 담겼던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무엇도 김 위원장의 답방이 주는 파급력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나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요원하지만 남북관계 급변에 따른 추진 여부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신년사에 세부적으로 대북제안을 담음으로써 물밑에서 유의미한 남북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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