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靑 민정수석실…'막강 권한·업무 모호' 정권마다 수난
'대통령 눈과 귀' 민정수석…민정·사정 분리·통합과정도
정당한 업무 vs 직권남용 사이…합법·불법 경계도 모호
- 최은지 기자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민정'(民情)은 '백성의 사정'(事情)을 뜻하는 말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민심을 읽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대통령의 핵심 비서진 중 한명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국정에 반영해 정책을 펼치도록 보좌하는 역할이다. 자칫 외딴섬이 될 수 있는 청와대, 즉 대통령과 국민을 잇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야 하는 자리다.
민정의 활동범위는 광범위하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방위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사에 대한 사전검증도 민심에 위반되는 행적이 있는지 체크하는 역할의 연장선이다.
민정수석실이 갖는 힘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데서 나오기도 한다.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감사원, 국세청 등 5대 권력기관을 총괄한다. 파급력과 정권의 개입이 클 수밖에 없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감찰권도 민정수석실에 있다.
막강한 권한과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전달해야 한다는 이유로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주로 발탁돼왔다.
민정수석은 1968년, 박정희 정부 시절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원 초대 민정수석에 이어 김시진·박승규 민정수석이 자리를 거쳤다.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이학봉·김용갑 등 군 출신 인사가 자리했다. 이 시절에는 민정수석비서관과 사정수석비서관으로 나뉘었는데, 전두환 정부 시절 초대 사정수석에는 허문도·허화평과 함께 '3허'(許)로 불리며 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룹을 형성한 육사출신 허삼수 전 보안사령부 인사처장이 맡았다. 허 전 수석은 1996년 1월 내란모의참여, 반란모의참여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6년 확정형을 선고받았다.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검찰 출신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에는 대검 중수부 출신의 한영석 전 법무부 차관이 자리했다. 검찰 출신의 김영일 수석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가 20일 만에 초대 사정수석비서관으로 이동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사정수석을 민정수석으로 통합하면서 공안 검사 출신의 김영수 민주자유당 의원이 초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후임으로는 역시 검찰출신의 문종수 전 민정수석이 바통을 이었는데, 그는 민주정부 이후 장수 민정수석(2년2개월)으로 기록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민정수석을 폐지하고 민정비서관과 사정비서관을 구분해 두었다가 옷 로비 사건이 터진 1999년 민정수석비서관을 복원했다.
김대중 정부(김성재·신광옥·김학재·이재신), 노무현 정부(문재인·박정규·전해철·이호철), 이명박 정부(이종찬·정동기·권재진·정진영), 박근혜 정부(곽상도·홍경식·김영한·우병우·최재경·조대환), 문재인 정부(조국·김조원)까지 대부분 검찰 출신 또는 변호사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아왔다. 사정기능을 중시하는 정권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비(非)법조인은 김성재·이호철·조국·김조원 수석으로 손에 꼽힌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은밀하게 활동해 베일에 싸여있던 민정수석의 전방위적 권한이 수면위로 나타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시절 소위 '국정농단 방조' 관련 혐의와 민간인·공무원 불법사찰과 과학·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직권남용·강요·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부분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타인에게 부당한 일을 행하게 하고, 그것을 강요하고, '감찰'이라는 본연의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이에 우 전 수석 측은 '민정수석 고유의 업무였다, 대통령을 보좌할 목적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막대한 권한과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고,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는 민정수석 업무의 한계가 우 전 수석 사건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정수석의 업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좀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역대 민정수석 중 최초로 재임한 민정수석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자 3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등 측근 비리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등 민정수석실의 업무를 놓고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어느 누구보다 민정수석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현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에는 △민정 △법무 △공직기강 △반부패비서관실이 있다. 민정비서관은 민심 동향 파악을, 법무비서관은 정책 수행과 대통령비서실 업무에 대한 법률 보좌를, 공직기강은 청와대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반부패비서관은 부정부패 공직자에 대한 동향을 파악한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조국 전 수석과 김조원 현 수석을 임명하면서 모두 비법조인을 발탁했다. 조 전 수석 임명에는 사법·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고, 이후에는 감사원 출신의 김 수석을 임명하며 공직기강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문 정부에서도 사정기능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폭로에 이어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이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역시 근본적으로 민정수석실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핵심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출범한 정부다. 이미 우리사회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범죄혐의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검찰 조사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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