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지부 깜짝 격려방문…각별한 이유는?

워킹맘 공무원 故 김선숙 사무관 자리 찾아 애도
즉석 간담회도…文대통령 "육아휴직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보건복지부를 깜짝 방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및 직원들과 손 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2017.8.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세종정부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 복지정책실을 깜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복지부 공무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며,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취약계층을 챙기고 있는 복지공무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설명했다.

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은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 지원, 노숙인 복지, 취약계층 의료급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복지부 내에서 가장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유명해 기피부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 초 세 아이를 기르며 휴일 출근 중 청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고(故) 김선숙 전 사무관이 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에서 근무했었다고 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전 사무관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 야근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애도의 글을 남긴 바 있고, 지난 6월14일 공무원연금공단은 김 전 사무관의 순직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이 복지부 청사에 깜짝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복지부 공무원들 100여명이 각 층별로 나와 문 대통령을 환호 속에 맞았다. 문 대통령은 복지정책관실로 입장하면서 직원들과 반갑게 악수와 인사를 나누고, 셀카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문 대통령은 복지정책관실로 입장한 뒤 직원들과 일일이 손잡고 악수를 나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도중에 기초의료보장과에서 김 전 사무관이 앉아 일하던 자리라는 얘기를 듣고 침통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청사에 쓰러져 있던 김 전 사무관을 발견했던 동료 직원인 지세영(자립지원과) 사무관을 소개, "지 사무관은 주말인데도 야근을 하다가 계단에 쓰러져 있는 김 사무관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컨벤션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 참석 전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방문,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2017.8.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 대통령은 "오늘은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는 날인데, 기재부와 공정위가 세종시 청사에 있어 세종시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김 사무관 자리를 들러보고 싶어 왔다"며 "그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페북에 추모하는 글도 남겼다. 아이도 셋이 있고, 육아하면서 토요일에도 근무하고 일요일에도 근무하다가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일하고 가정에서도 생활할 수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복지 공무원들이 일은 많은데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복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복지 공무원 수도 적다. 아직도 일반적인 사고가 공무원 수를 늘리는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서 "요즘 업무강도가 예전과 못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가 복지 정책에 관심을 쏟고 변화하고 있어 더더욱 업무가 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초의료보장과는 이번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담당하는데 이는 새 정부에 초석을 까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일들이 여러분들에게 짐으로 남지 않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복지 공무원들과 인력과 남성 육아휴직 등에 대해 즉석 간담회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박 장관에게 "복지 공무원들의 복지를 책임지지 못하면 국민 복지를 어떻게 책임지겠느냐"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진 뒤 박 장관에게 복지공무원들의 휴일근무 금지와 연차휴가 소진 의무화 등을 주문해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인력부족 문제와 관련,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말하자면 철밥통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민들이 보기에 여유가 있는 부서도 있어 공무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한 거부감들이 있는 것"이라며 "직무평가 분석을 통해 충분히 재배치하고,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인력은 줄여나가면서 필요한 부서에는 인력을 늘려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하는데) 눈치를 많이 본다. 위에 상급자가 싫어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면 다른 동료들이 그 일을 다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아빠들은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을 하게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이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승진을 시키자"고 제안하자, 문 대통령은 "아이 3명부터는 출산부터 졸업까지 다 책임지겠다고 제가 공약한 것을 기억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이 '남성 육아휴직을 복지부가 공무원 중에서는 스타트를 했다. 저희는 가점을 주고 있다. 특별히 승진이 아니더라도 승진 과정에서 절대 불리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하자 "적당한 시기에 육아 휴직 사용률, 특히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을 한번 부처별로 받아보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