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 불안한 출발,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으로 맞서
외치(外治)'에선 빛난 성과, '내치(內治)'는 숙제 많아
남북관계·외교분야 '성과'...정치권 관계·소통 회복이 과제
- 허남영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소처럼 국정운영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이 되는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신년 구상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공과를 따지기 보다 앞으로 경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 1년 간 경제분야에 들인 노력에 비해 가시적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이 지난 11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140개 국정과제 평가 결과를 보면 경제부흥, 국민행복, 평화통일 기반구축, 문화융성 등 박근혜 정부 4개 국정기조별 평가에서 경제부흥 분야의 우수과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1위에서 14위까지 순위를 매긴 14대 전략별 평가결과에서도 민생경제 9위, 맞춤형 고용복지 10위, 창조경제 12위 등 경제분야 평가 대부분이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 중반을 유지하며 대선 당시 보다 오히려 나은 지지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취임 1주년을 앞둔 2월 셋째 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56%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인 51.6% 보다 높은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은 이 같은 지지율이 '주관·소신 있음', '외교·국제관계', '대북·안보정책'이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원칙에 입각한 국정운영과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성과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비판하고 있는 소통 부족과 인사문제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외치(外治)' 성과, '내치(內治)' 숙제 많아
박 대통령의 지난 1년은 국가 경영의 뼈대를 세우고 씨를 뿌린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취임 초 북한의 도발 위협과 잇단 인사 실패,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출발은 불안했다.
5년 간의 재임기간 중 가장 힘을 받아야 할 취임 1년 차에 국정 동력의 불씨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취임 한달여 만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으로 추락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한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일컬어지는 개혁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손대지 못한 원전비리 척결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해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집권 2년 차로 접어든 올해 박 대통령이 주창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 성역을 허물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체육계의 부조리와 남북관계에도 '정상화의 잣대'를 들이댈 기세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남북관계에서 빛을 발했다.
취임 전 3차 핵실험으로 시작된 북한의 도발 위협은 결국 개성공단 폐쇄로까지 이어지며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를 흔들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면서도 "북한이 변화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선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이 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더 이상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는 물론 최대 지원국인 중국의 압박에 오히려 초조해진 쪽은 북한이었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고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던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원칙의 리더십이 통한 결과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원칙에 입각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박 대통령의 동요없는 대응은 지도력에 대한 국민들의 확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고비 때마다 해외 순방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 만큼 외교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지난 1년 간 총 6차례의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또한 지난 1년 간 박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가진 정상회담은 모두 33차례나 된다.
이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정상외교로 우리의 외교 영역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새 정부의 외교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각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자평이다.
박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신뢰외교'와 '세일즈외교'로 요약된다.
특히 미국 순방 때 미 의회 연설과 방중 당시 칭화대 연설, 유럽 순방에서는 프랑스 경제인 간담회 연설을 각각 영어와 중국어, 프랑스어로 진행해 순방국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과 신뢰를 각인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작년 12월, 62년만에 한국이 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할 당시 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 대통령의 신뢰외교가 진가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거둔 성과는 지지율 상승으로 보상됐다.
취임 초 40% 초반대로 바닥을 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국 순방을 다녀온 뒤 50%를 돌파했고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모두에서 67%의 지지율로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독도영유권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한일관계는 박 대통령으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정상회담 조차 갖지 못한 양국관계의 개선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집권 2년 차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적잖은 성과를 낸 외교·대북 분야와 달리 내치(內治)에서 그러지 못했다.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는 후퇴 논란에 휩싸였고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공약은 논란 끝에 소득하위 70%의 노인들에게 10~20만원씩 차등지급하는 방안으로 수정됐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중 140여건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따져 정부 탓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이 또한 정치권, 특히 야당과의 대화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불통' 비판하는 野 관계 회복도 과제
지난 1년 간 민주당 등 야당들은 박 대통령의 '불통의 이미지'를 비판해왔다.
박 대통령과 야당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민주당이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약속은 깨어지고 원칙과 신뢰는 무너졌으며, 대통령만 행복했던 1년"이라고 혹평한 것은 이런 결과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박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싼 불편함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의 태도를 내심 '대선불복'으로 여겼고, 민주당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이라는 국기문란을 일소하고 박 대통령의 정통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로 양측은 1년간 평행선을 달렸다.
그런 가운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의 검찰 수사를 지휘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 문제로 물러나면서 민주당은 이를 정권 차원의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규정, 청와대와 야당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정원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회의록 공개, 야당 의원들의 잇단 막말 발언 등으로 양측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야당은 2라운드로 접어든 형국이다.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 축소수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로 선고되면서 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다시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통의 의미가 단순히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이른바 '박근혜식 소통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불법적인 것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을 야당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기계적 만남'의 범주에 야당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야당과의 관계를 여당인 새누리당에 미루고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려는 지금까지의 박 대통령의 행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앞으로 국정운영을 잘하려면 집단이성에 대한 이해, 나와는 반대쪽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한다. 지금 청와대는 여야 모두와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민 컨설팅 팀장은 "야권에 밀리면 안된다는 대결적 사고에서 벗어나 실리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국민들도 높이 평가하고 지지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hu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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