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오늘도 '침묵'… '국정원 사태' 등 현안 언급 없어

한 달 만에 국무회의 열렸지만 '경제 활성화'만 강조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 대통령은 22일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6~13일)에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열어 주요 입법 과제와 국정 현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 초반 약 15분간 언론에 공개된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에는 '댓글'등 대선개입 논란, 수사 외압 의혹 등에 관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지난달 26일 이후 약 한 달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그간 해외순방이나 휴가 기간을 제외하곤 거의 매주 월요일 주재해온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마저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 이후 2주째 거르고 있어 그간 발생한 국내 현안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국정원과 군(軍)의 대선개입 의혹이나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나 향후 대응 방향을 밝힐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 같은 관측은 일단 빗나가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국내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권발(發)'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그동안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민주당 등 야당의 사과 요구에 맞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은 또 사법당국이 이미 국정원 건과 관련한 수사 및 재판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고, 국정원도 자체 개혁안 마련에 착수한 점 등을 들어 민주당 등 야당이 요구하는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책 마련의 조치는 그 결과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와중에 최근 국감을 통해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긴 했지만, 이 또한 이날 국방부가 중간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정식 수사로의 전환 방침을 예고한 만큼 자신이나 청와대가 나서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게 청와대 주변의 대체적인 견해다.

청와대 관계자들 또한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듯, 국정원과 군의 대선개입 의혹에 관해 "현재 관련 수사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좀 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개입 의혹 제기와 더불어 그간 국정원 관련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내부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최근 업무에서 배제된 사실에 대해선 "정권 핵심부의 외압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짓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등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

게다가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대선 결과 자체에 대해서까지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설훈 민주당 의원)는 등의 주장이 나오면서 관련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과 충돌이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또한 내부적으론 국감 진행상황과 더불어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검찰·법원 등의 움직임과 관련 여론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 스스로 이 같은 일련의 논란을 사실상 '외면'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현재와 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감에서 서로 다른 의견 개진과 발전적 제언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게 국민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해 최근 국감에서 제기된 대선 관련 의혹이나 그에 따른 논란 등이 정부의 당면 과제인 경제 활성화나 민생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에둘러 나타낸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