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창조경제, 全세계 지속성장 위한 패러다임"(종합)

APEC 최고경영자회의 "규제·금융·교육·국경의 장벽 넘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6박 8일간의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루나이에서 예정된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2013.10.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발리=뉴스1) 허남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창조경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상호 개방과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혁신의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제2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발리 누사 두아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제부흥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혁신의 비즈니스: 왜 중요한가'를 주제로 한 이날 연설에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딘데 대해 "금융위기(financial crisis)가 아닌 혁신위기(innovation crisis)가 세계경제 침체의 근본원인이란 지적이 있다"면서 "금융위기론과 혁신위기론 중 뭐가 옳은지 가려내긴 어렵지만,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원천은 혁신밖에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 이후 각국이 시행해온 경기부양정책은 심폐소생술 같은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아픈 곳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활력을 되찾게 해주지는 못한다"며 "혁신만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창출하며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새로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추진 중인 창조경제에 대해 "경제주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과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를 그 예로 들었다.

'강남스타일'의 경우 뮤직비디오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냈고, '태양의 서커스' 또한 기존 서커스에 다양한 스토리와 음악, 조명 등 기술을 더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기존 경제에선 땅에서 광물자원을 캐내 경제를 발전시켰다면, 창조경제는 사람에게서 창의성을 끌어내 경제를 발전시킨다"며 "창의성이란 자원은 자본이나 광물자원과 달리 모든 나라와 경제주체들에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기 때문에 불균형 성장을 극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창조 경제의 잠재력과 기대효과는 무궁무진하지만, 이를 실현키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면서 특히 △규제 △금융 △교육 △국경의 '장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규제 장벽'에 대해 "기존의 규제는 산업별로 칸막이를 치는 '업종별 규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규제방식도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의 포지티브 규제가 대부분이다. 이런 낡은 규제 프레임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복합과 신(新)기술, 신산업의 탄생을 가로막는다"며 "한국은 이를 극복키 위해 모든 규제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의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금융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창업·벤처기업이 신아이디어로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자금이 부족해 사업화에 실패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융자에서 투자로 자금조달구조를 개선하고, 인수·합병(M&A) 활성화, 기업 성장단계별 맞춤형 금융정책 제공 등 창업·벤처 자금생태계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기존 교육 시스템은 '표준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융합형 창의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하면서 "한국 정부는 교육 시스템 혁신을 위해 학문·전공 간 칸막이를 낮춰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등 창년 창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강력한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은 창조경제를 향한 노력을 계속해가면서 우리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특히 개도국의 창조경제 역량 제고를 적극 지원해 세계경제가 '복원력과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데 기여토록 하겠다"며 "아·태 지역 경제를 대표하는 CEO 여러분이 모인 이 자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회의는 '복원력과 성장을 향해, 세계경제의 우선순위 재편'을 주제로 6일과 7일 양일간에 걸쳐 총 14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각국 정상들이 주요 연사나 토론자로 초청되는데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초청돼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엔 위슈누 와르다나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의장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기업인과 학계, 언론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APEC 정상회의의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아시아 태평양 역내 재계 지도자를 대상으로 기조연설을 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한 위한 '세일즈 정상외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성장의 한계가 없는 창의성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제시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