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원로 전진 배치…'원로정치'의 서막?

김기춘,강창희 등 '7인회 멤버'에 이어 홍사덕,서청원 가세
정치권 등 '朴 인사원칙에도 어긋나'...'불통정치' 심화 우려

광복절인 1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 육영수여사 3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홍사덕 전 박근혜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2.8.15/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친박계 원로 인사들이 속속 전진 배치되고 있다.

김기춘(74)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창희(67) 국회의장, 현경대(74)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위원장에 이어 홍사덕(70) 전 국회부의장과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김 실장과 강 의장은 현경대(74)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친박(박근혜)계 좌장인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은 200여개 정당과 종교,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에 내정됐다.

민화협 공동의장단은 2일 회의를 열어 홍 전 국회부의장을 대표 상임의장으로 추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국회부의장은 2007년과 2012년 '박근혜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정치권에선 1년의 임기가 남은 현 김덕룡 대표 상임의장이 조기 사퇴한 점 등을 들어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공천 결정을 남겨둔 상태지만 서 전 대표의 공천이 유력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전언이다.

두 사람 모두 1943년 생 동갑으로, 6선 의원을 지냈고 지금의 박 대통령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친박계 원로들의 경륜을 십분 활용하려는 '원로정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울러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과정에서 '항명' 파문과 배신감을 경험한 박 대통령이 '오로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원로 인사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 등에선 이들 친박 원로 인사들의 복귀와 전면 배치에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논공행상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그렇게 가고 있다"며 "이는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서 전 대표의 공천은 박 대통령이 만든 공천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원로 인사들의 '인의 장막'에 가려 '불통정치'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김기춘)와 국회(강창희 국회의장)에 이어서 새누리당(서청원)과 외곽 단체(홍사덕, 현경대)까지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청와대는 이날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친박(박근혜) 원로 인사들의 정계 복귀 움직임에 '청와대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화협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진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며 선을 그었고, 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청와대의 공천 개입설을 일축했다.

민주당은 '측근챙기기', '친위경호'라고 비난하며 '박 대통령 때리기'를 이어갔다.

이날 부산을 찾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집권 7개월에 지나지 않는 박근혜 정부가 벌써부터 국민의 뜻과는 반대로 가는 측근 챙기기에 나섰다"면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과 국민을 향한 고압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 권력 핵심과 코드가 안 맞으면 무조건 쳐내는 일종의 패거리 정치문화, 잘못해도 결코 잘못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도덕적 난독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친위 경호에 의존하지 말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