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진영 파동 수습 나섰지만… '후폭풍' 불가피
유례없는 '항명성 사퇴' 파문에 '소통 부재' 등 리더십 논란 가중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 속에 사퇴 의사를 고수, '항명성 사퇴'란 신조어를 낳았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辭表)가 결국 수리됐지만, 그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진 장관 거취 문제는 일단 사표 수리로 매듭짓고, 앞으로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한 대국민 설득과 정기국회 현안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에도 상당한 손상이 가해졌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안전행정부와 국무총리실을 거쳐 올라온 진 장관의 사표를 최종 수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정 총리를 통해 진 장관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그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진 장관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젠 물러날 수 있게 허락해줬으면 한다. 좀 쉬고 싶다"며 장관직 사퇴 의사를 거듭 밝혔고, 이날까지 나흘째 복지부 청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그가 사의(辭意)를 번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 성격도 띤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안과 관련해 자신의 대선 공약 내용보다 '후퇴'했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 26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그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으며, 29일엔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을 통해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조목조목 해명하는 등 본격적인 설득 작업에 나선 상황.
그러나 진 장관은 '기초연금 지급 액수를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겠다'는 정부안 내용과 자신의 소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아왔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사실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진 장관의 '처신'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국무위원들, 수석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을 위해, 각자 임무에 최선을 다할 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진 장관 사퇴 문제로 다른 내각 구성원을 비롯한 공직 사회가 동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진 장관의 사표 수리 등에도 불구하고 "개각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수석은 "공석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개각'이라고 하지 않는다"면서 추후 정부 인사가 이뤄지더라도 현재 공석 중 직책을 채우는 '최저선'에서 마무리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정기국회 회기가 시작된 상황인 만큼 각 부처 장관들은 흔들림 없이 국정감사 준비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 처리 등에 힘써 달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현재 장관급 이상 정부 고위직 중에선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이, 그리고 차관급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감사위원 1명의 자리가 공석(空席) 중인 상태. 여기에 진 장관까지 사의를 표시하면서 그간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조기 개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결국 이날 하루 박 대통령이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청와대가 '개각설'을 거듭 일축하고 나선 과정엔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서 비롯된 진 장관의 사의 표명이 현 정부의 조기 개각설로 이어지고, 또 이로 인해 정기국회 회기 중 국정감사 준비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 입법 현안 처리에 집중해야 할 공직사회가 흔들리는 것을 차단코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뜻대로 현 상황이 수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진 장관의 사표 수리에도 불구하고 앞서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안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복지부 간의 이견이 충분히 조율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사의 표명과 반려가 반복되면서 진 장관의 거취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비화된 과정은 박 대통령의 해묵은 딜레마인 '소통 부재'를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과 정 총리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 장관이 사퇴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은 "'돌아갈 곳'이 있는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관료 등 비(非)정치인 출신의 장관들은 박 대통령의 뜻과 다른 정책적 견해를 밝히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 장관의 '항명성 사퇴'는 정부 부처 장관으로선 그 유례를 찾기가 힘든 일이란 점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앞서 향후 기초연금을 포함한 복지정책 공약의 '완전' 이행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국민타협위원회 구성'의 경우 사실상 증세(增稅)를 위한 것이란 점에서 추후 관련 논의 추이에 따라 재차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013년도 세제 개편안' 발표 당시에도 과세 형평성 제고를 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중산층 쥐어짜기' 등의 비판에 직면해 결국 정부안 원안을 수정한 사실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진 장관 거취 문제는 사표 수리로 일단락됐다 해도 그 전후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나 청와대의 대응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을 한번쯤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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