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박에도 쿠팡 역대급 과징금…최장 13시간 소명 '법대로 철퇴'

개인정보위, 전체회의 13시간 넘게 진행…'충분한 소명 기회' 부여
미국 등 외부 압력에도 '법대로'…송경희 위원장 "조사 결과 집중"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6.6.11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미국 정관계의 압박이 이뤄지는 가운데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미국 정관계로부터 압박 등 외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원칙에 근거한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쿠팡 측의 소명을 끝까지 듣기 위해 개인정보위 역사상 최장 시간인 13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하는 등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역대 최대 과징금' 6246억 8100만원 부과…SKT 1348억원 4배 넘어

12일 정부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375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에 과징금 총 6246억 81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해 2324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SKT) 사건 당시 역대 최대 과징금이었던 134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정보주체의 인증수단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았고, 불법적인 접근 및 침해사고 방지를 위한 접근통제를 소홀히 했으며, 개인정보 유출통지 의무와 파기 의무 위반, 자료 폐기 등 조사 방해 등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용자 1117만 613명에 대한 타사 온라인 활동기록을 무단 수집·저장하는 등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美 측에 압박받은 韓정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한국 정부는 미국 정·관계로부터 다양한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1월 22일 한국 쿠팡 법인 100%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 쿠팡Inc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한국 정부의 쿠팡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했다.

이들은 당시 청원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범정부 차원의 조사와 규제 조치를 동원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조사와 규제 조치를 통해 한국 국내 기업과 중국 경쟁업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고도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서도 발송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를 비공개 의견 청취 참고인으로 불렀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방미했을 때 만난 JD 밴스 부통령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지난 3일에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대럴 아이사 의원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강하게 좌측으로 기울었고 중국을 향한 더 많은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며 "메타와 쿠팡 등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韓정부, 미국 정부·의회와 끊임없이 소통…개인정보위는 '원칙' 견지

한국 정부는 이런 미국 측의 주장이 이어짐에 따라 미국 정부와 의회 등과 접촉하며 여러 차례 입장을 설명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쿠팡에 대한 과징금 액수가 공개된 전날(11일) 기자들과 만나 "쿠팡과 관련된 조사는 계속 국내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음을 미국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처분 결과에 대해 미국 측에 차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위 측은 외부 환경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원칙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경희 개인정보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브리핑을 통해 " "(처분은) 철저하게 법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 조사 결과에 대해서 집중해서 결론을 내렸다"며 "외부의 국내회사냐, 해외회사냐, 또 그걸 둘러싼 다른 영향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 측에도 충분히 시간을 주고 소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개인정보위는 쿠팡 안건으로만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역사상 최장 시간인 1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송 위원장은 "위원들 간에 상당히 많은 논의가 사전회의를 통해 여러 번 있었고, (전체회의에서) 피심인(쿠팡) 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해 회의가 길어졌다"며 "피심인들이 자기들의 입장을 충분히 얘기하고 의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게 컸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출의 경우에는 5시간 정도, 침해의 경우에도 거의 3시간가량 피심인들의 의견 진술과 질답하는 과정이 있었다"라며 "쿠팡 측에서 제안한 의견들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서로 질답을 통해서도 확인하고 저희 조사 결과하고도 대비해서 여러 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정보위가 전체회의뿐만 아니라 의견서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쿠팡 측의 의견 진술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정하게 조사하고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라며 "원칙을 지켜야 문제가 없다는 점만을 고려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