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예외 과다'…실제 채용률 17.7% (종합)

실제 채용률, 의무비율 30% 반토막…중복 가점 도마
초급간부·임원 승진엔 보상·불균형에 승진 기피 발생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6.1.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감사원이 공공기관 인력운용 전반에서 제도 취지와 현장 운영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전지역인재 채용은 예외 규정의 과다 적용으로 실제 채용률이 의무비율인 30%에 크게 못 미쳤고, 초급간부·임원 승진은 보상과 권한의 불균형, '임금 역전' 등으로 기피 현상이 확산됐다. 임금피크제 역시 구체적 과제 없이 운영돼 생산성과 조직 활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다.

19일 감사원은 '공공기관 인력 운용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구 국토교통부·구 기획재정부와 한국전력 등 37개 기관을 점검한 결과를 종합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감사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진행됐으며, 이전지역인재 채용·초급간부 승진 기피·임원 승진 기피·임금피크제 등 4개 현안을 중심으로 실효성과 부작용, 문제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설문조사(누계 1만6876명), 심층 인터뷰(212명), 통계·추세 분석과 해외·민간 사례 조사도 병행됐다.

지역인재 채용, '연 5명 이하' 예외 남용…체감 채용률 급락

감사원은 이전지역인재 채용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으로 예외 규정의 과다 적용과 세부 기준 미비를 지목했다. 혁신도시 법령상 '시험 분야별 연 5명 이하' 채용은 의무비율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일부 기관이 이를 '연간'이 아닌 '매회 시험' 단위로 해석하거나, 시험 분야를 직군·직렬로 쪼개 사실상 예외를 폭넓게 적용한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2018~2024년 모집인원 5명 초과 시험 136회 중 98회(72%)에서 의무비율을 미적용한 기관도 있었다. 그 결과 권역별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국토부 발표치(2023년 40.7%)와 달리, 신규 채용 총정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실제 채용률’은 17.7%에 그쳐 의무비율(30%)에 크게 못 미쳤다.

가점제·할당제의 중복 운용도 문제로 제시됐다. 감사원은 채용목표제 도입 이후에도 기존 가점·할당을 함께 운용한 일부 기관에서 일반 지원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가점·할당을 배제해 모의 분석한 결과, 탈락했던 일반 지원자가 합격하고 합격했던 지역인재가 탈락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은 예외 규정 축소, 가점·할당제 폐지, 이전지역 범위의 광역화 등을 정책 참고 자료로 통보했다.

승진은 '벌칙', 임금은 '역전'…성과 연동 없는 임금피크제도 문제

승진 분야에선 기피 현상이 인력 비효율과 조직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급간부(통상 3·4급 직위) 승진은 한전 등 7개 기관에서 특히 심각했으며, 일부 기관에선 승진시험 경쟁률이 장기간 1대1에도 못 미쳤다. 공석이 늘며 한 명이 여러 부서를 겸임하는 사례가 증가했고, 안전관리 부주의나 현장 업무 지연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감사원은 원인으로 △업무량·책임 대비 통제 권한 부족 △거주지 이전 부담 △노조 탈퇴 등 복지 변화 △승진 후 보수 역전 가능성 등을 꼽았다. 임원(상임이사) 승진 역시 1급과의 임금 역전, 경영평가에 좌우되는 성과급, 낮은 연임률과 정년 미보장 등으로 기피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봤다.

임금피크제는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보수 체계와 관리 부실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임금피크 대상자 중 별도 직무를 부여받은 경우 업무량이 전혀 없거나 저조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과평가가 개인 보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부서 성과만 반영되는 구조가 많아 유인 체계가 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비정형 업무·별도 사무실 근무 등으로 목표·과제가 불명확하면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개별 지적 아닌 구조 점검…감사원 "인력운용 전반 재설계 필요"

감사원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국토부와 기재부에 개선 방안 마련 시 참고 자료로 통보했다. 예외 규정 정비와 기준 명확화, 지역 인력풀 확대, 승진 보상 체계 개선과 순환보직 부담 완화, 임원 성과급·연임 체계 손질, 임금피크제 성과 유인 강화와 적합 직무·목표 설정 등이 주요 권고 방향이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기존의 '위법·부당 사례 적발' 중심 감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종운 공공기관 감사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감사원 감사가 개별 위법·부당한 승진이나 채용 사례 지적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 감사는 공공기관 전반에서 인력 운용 제도가 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를 거시적으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제도 자체의 한계를 넘어선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임금피크제가 단순한 퇴직 준비 제도로 인식돼 왔지만, 감사 과정에서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고 보상 시스템을 갖춘 '베스트 프랙티스' 기관도 확인됐다"며 "이런 기관들은 임금이 줄어든 만큼 업무 강도가 조정되고, 기존 직무를 중심으로 80% 수준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조직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기존 직무를 부여하지 못해 별도 직무를 주는 경우도 불가피하지만, 아무 연관성 없이 형식적으로 직무를 부여하면 인력이 사실상 사장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렇지 않은 사례들도 충분히 있는 만큼, 이런 운영 방식이 공유되고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이번 감사의 중요한 의미"라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