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연 구독료 1조 AI교과서…시범운영 없이 추진, 활용률 8.1%

감사원,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예산 떠넘기기…사업준비도 부족

이주호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3년 6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브리핑에 참여한 모습. 2023.6.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매년 1조 원 이상의 구독료가 소요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사업이 의견수렴이나 시범운영 없이 추진됐고, 올해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1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관련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회가 교육부의 AIDT 도입 과정의 적정성, 검정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 것에 따라 6월 중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앞서 교육부는 2022년 11월 이주호 전 장관이 취임한 직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AIDT 도입 지시를 받고, 202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정상 시간이 부족해 시범운영은 생략하는 대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실제 수업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수정·보완하는 현장적합성 검토를 실시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AIDT 개발기간이 연장되면서 검정이 지난해 11월 말 완료됐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방학 기간으로 수업현장 적용이 어려워지면서 AIDT 표기·표현 오류검토와 기능서비스 안정성 테스트 등만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외부 의견수렴 없이 내부회의만을 통해 2025년 AIDT 도입을 결정했고, 기본계획 발표 전 22차례 간담회나 협의회를 열었으나 직접 교과서를 사용할 학생·교사 등에게는 의견수렴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시도 교육청에 AIDT 의무선정 공문을 발송했으나, 국회가 AIDT 도입을 반대함에 따라 지난 1월 각 학교에서 도입여부를 자율선정하라고 입장을 바꿨다.

발행사들은 이런 교육부의 자율선정 방침에 대해 지난 4월 취소송을 제기했고, 국회는 8월 AIDT를 교육자료화하는 법 개정을 완료했다.

감사원이 AIDT 자율선정 학교의 활용률 및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AIDT에 단 1회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비율이 평균 60%로 나타났다.

초·중·고 평균 비율을 보면 10일 이상 사용한 학생비율은 8.1%에 그쳤으며, 고등학교 1학년 영어의 경우 10일 이상 사용한 비율은 1.5%로 조사됐다. 미접속한 비율도 72.8%에 달했다.

AIDT 도입학교에 재직 중인 수학·영어 과목교사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한 번도 활용하지 않거나 활용 중단한 사례가 85.5%, 지속활용은 14.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AIDT를 활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종이책을 단순히 디지털화한 수준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53%로 제일 많았다.

또한 교육부가 1조 원이 넘는 AIDT 구독료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겼고, 그 과정에서 협의가 미흡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구독료는 2025년 3361억 원에서 확대되며 2028년에는 1조 732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었다.

교육부는 AIDT 가격구조는 과목별 구독형 가격체계로 하고, 구독료 예산조달은 시도교육청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추진했다.

교육부는 2023년 5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AIDT 이행에 필요한 비용 분담 및 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별도 협의하기로 합의했으나, 협의 없이 다음해 3월 교육청 담당과장회의에서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교육청에 떠넘겼다.

이후 교육청들이 협의를 요청했으나, 지난해 11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AIDT 구독료는 교육청에서 부담하게 됐다.

아울러 교육부는 AIDT 개발 과정에서 기술규격문서 등 기술기준 마련 없이 검정실시를 공고하는 등 사업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기술규격문서도 마련하지 않은 채 2023년 8월 검정실시공고를 강행했고, 그 결과 발행사들은 기술기준 없이 AIDT를 제작하다가 그해 12월 기술기준 제공 이후 시스템을 재설계해 개발일정에 차질을 빚고, 품질저하 발생을 호소했다.

감사원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교육부 장관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개인 공무원에 두는 것이 아니라 도입 과정에 어떤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경위를 소상하게 파악해서 국회와 국민들에게 그 전체 내용을 알리는 데 초점을 뒀다"며 "국회 감사 요구가 있어서 감사를 했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었기 때문에 자체 계획을 수립해 감사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