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우건설 매각 과정서 1.3조 손실…자회사는 750억 성공보수

법적·제도적 요건 미비 알고도 구조조정 자회사 KDBI 설립
中 기업 과도한 부채 알고도 1.3억 달러 투자해 전액 손실

산업은행. 2024.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산업은행이 법적·제도적 요건이 미비한 것을 알고도 구조조정 기업 매각을 위한 자회사 KDBI(케이디비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KDBI의 유일한 매각 건인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1조 3000억 원의 손실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6일 공개한 '정책자금 운영실태(산업은행의 부실여신 중심)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9년 대우건설을 포함한 모든 구조조정 기업을 KDBI에 이관해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제외한 한진중공업 등 기업은 국가계약 법령 적용 대상이므로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법적 대책 없이 KDBI를 설립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2022년 구조조정 기업을 수의계약으로 KDBI에 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지만 불발됐고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HMM 등의 구조조정기업 매각은 여전히 산업은행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KDBI는 설립 목적과 달리 상업적 성격의 사모펀드 운용사로 운영돼 시장과의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KDBI의 유일한 매각 건인 대우건설에서 산업은행은 1조 3000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산업은행은 2011년 3조 2000억 원을 투입해 대우건설 지분 50.75% 매입, 2019년에 KDBI에 1조 4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후 KDBI는 2021년 6월 매각 입찰에서 1순위자가 차 순위자와 입찰가 차이(5000억 원)를 이유로 재입찰을 요구하자 1순위자의 요구가 입찰가 인하를 위한 전략임을 알면서도 재입찰을 허용했다.

재입찰 과정에서도 KDBI는 1순위자와만 사전협상을 진행해 입찰 가격을 2000억 원 인하했고 대우건설은 결국 2조 671억 원에 매각됐다.

KDBI는 산업은행에 1조 9000억 원을 배당해 산업은행은 1조 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KDBI는 7000억 원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며 750억 원의 성공보수를 지급받고 임직원 11명이 44억 9500만 원을 지급했다.

산업은행 전경. ⓒ News1 박동해 기자

감사원 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여신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산업은행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특정 기업과 관계 회사에 여신 지침을 위반하고 총 112억 원을 대출했지만 이후 해당 기업들이 연쇄 부실화하면서 103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전 청주지점장은 미등록 대출모집인(브로커)의 알선을 통해 대출 주도했다. 감사원은 전 청주지점장에 대한 면직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개발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공공출자자로 참여해 부당 이익을 이전한 사례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산업은행은 2019년 인천 남촌일반산업단지 개발 PF사업의 특수목적법인(SPC)에 공공 출자자로 참여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SPC의 공공출자비율은 50% 이상이어야 하며, 지분율만큼의 개발이익 배당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원리금을 보장받는 대신 산업은행 지분율(15%) 상당의 개발이익 배당 권리를 민간 출자자에게 이전하는 비공개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인천시 등이 계약 수정을 요구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거부했다.

그 결과, 전체 예상 개발이익 376억 원 중 64.9%가 민간출자자에게 귀속됐고 공공출자자의 배당 비율은 35.1%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한 중국 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알고도 국제항공사에 1억 3000만 달러(1872억 원)를 투자했다가 기업 부도로 전액 손실 처리된 사례 등도 적발됐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