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 호언장담 국토부, 신기술 도입 뭉그적 적발

"차량통신 LTE 적용" 세계적 추세…구식 와이파이 고수
비교실험 뒤에야 LTE 방식 수용…"인프라 6년 이상 지연"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14.9.2/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정부가 완전 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고도 정작 기초적인 차량통신 방식 결정조차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개선을 통보했다.

미래 위험요인 대비에 나서고 있는 감사원은 2023년 2월에 이어 두 번째 4차 산업혁명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2023년 7~9월 진행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10월 국토부 등 관계부처는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당시 자율주행차 미래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2027년 전국 주요도로 완전 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차량 대 차량', '차량 대 노변 기지국' 간 정보를 주고받는 지능형 교통체계인 '자율협력주행시스템(C-ITS)'이 필수다.

C-ITS는 차량통신(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이용해 주변 교통 환경과 위험 요인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정부는 2021년까지 차량통신 방식을 결정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국토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의견 차이로 결정이 장기간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부는 2020년부터 '와이파이' 방식보다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LTE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국토부에 제안했으나, 국토부는 와이파이 방식을 우선 적용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2017년 LTE 방식이 등장하자 기존 와이파이 대신 LTE를 단일 표준으로 채택하는 등 신기술 도입 여부를 빠르게 결정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C-ITS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와이파이 방식을 채택해 왔는데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셈이다.

감사원은 "감사가 시작된 2023년 5월까지도 통신방식이 결정되지 않아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등 자율주행 분야 국가경쟁력 저하가 우려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와이파이와 LTE 간 성능 비교시험이 부재했던 것을 원인으로 보고 감사기간에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ITSK) 등 전문기관이 참여한 상태에서 비교실험을 했다.

이후 실험에서 LTE 방식이 경제성뿐 아니라 통신 성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오자 두 부처는 2023년 12월에야 통신방식으로 LTE를 확정했다. 기존 계획보다 2년이 지체됐다.

감사원은 "차량통신 방식 결정 지연으로 인프라 구축도 최대 6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원래대로면 지난해까지 구축이 완료됐어야 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차량이 밀집한 '혼잡상황'과 통신 경로에 대형 차량 등 장애물이 있는 '비가시 상황'에서 통신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문제도 발견됐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신기술 도입 관련 심사 절차를 개선하고,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에 요청해 혼잡·비가시 상황에 관한 통신 성능 표준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