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빈 살만, APEC서 2030엑스포 유치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

공개석상서 유치 발언 자제…양자회담 등 기회마다 지지 요청
정부,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엑스포 맞교환 전망에 부정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퀸시리킷 컨벤션센터(QSNC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ABAC와의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2.11.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방콕=뉴스1) 윤수희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역시 APEC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바로 직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우리나라와 총 4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26개 프로젝트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공사비에만 약 50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네옴시티 사업 참여 가능성에 업계의 눈이 쏠린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와 사우디 모두 다자회의 등 공식석상에서의 엑스포 유치 발언은 자제하는 대신 양자회담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하는 등의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사우디나 우리나라가 AEPC 공식 다자 석상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세를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우리만 해도 양자회담 등 만날 기회만 되면 빼놓지 않고 부산 엑스포 지지를 부탁하는데 사우디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두 나라가) 그런 이야기(엑스포 유치)를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캠페인이기 때문에 조용하게 가는 것"이라며 "사우디가 양자적으로 만났을 때 어떻게 할지는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류 등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와 사우디에 비해 쾌적한 날씨를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비록 사우디보다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한 총리와 만난 다수의 국가들이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냈다는 게 정부 측 분석이다.

한 총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중심으로 양자회담을 잇따라 갖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APEC 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중 BIE 회원국은 14개국에 달한다.

한 총리는 17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에 이어 18일 디나 볼루아르테 세가라 페루 부통령,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와 잇따라 양자회담을 가졌다. 멕시코, 칠레, 말레이시아 등과의 양자회담도 추진 중인데,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총리실에 따르면 전날 수완나품국제공항에서 한 총리를 영접한 수찻 촘끌린 태국 노동부 장관은 한국의 드라마, 음식의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소프트파워가 대단한 나라로 위상이 높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문성현 주태국 한국대사의 말을 인용해 "최근 태국 마히돌 대학교 조사에서 태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로 한국이 1등을 했다"고 전했다.

또 같은 날 한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태국 총리 내외가 주재한 갈라 디너에서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게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너무 재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우디가 추진 중인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시티' 등 인프라 건설과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네옴시티 사업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엑스포 유치를 포기하는 일종의 '거래'를 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생각은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를 바짝 따라붙어 승기를 잡은 상태인 게 '거래'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