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폐버스 하우스와 집권세력 책임의 무게

(서울=뉴스1) 김현 정치부 부장 =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았던 '폐버스 하우스' 논란의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청년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려 했던 국회의원의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집권 세력에게 요구되는 공적 책무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황 의원은 폐버스를 대학가 청년 임시주택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샀다. "청년을 난민 취급하느냐", "집이 없지 자존심이 없느냐"는 분노와 함께 '한남 더 휠', '반포터 자이' 같은 조롱성 밈이 쏟아졌다. 청년층의 박탈감과 어려운 현실을 헤아리지 못한 가벼운 아이디어가 청년들에게 정책이 아닌 모욕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결국 황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년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해 상처와 실망감을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사자 감수성과 사전 검증이 부재한 정치적 언행이 어떤 역풍을 부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강조한 '신념윤리(Gesinnungsethik)'와 '책임윤리(Verantwortungsethik)'의 차이를 떠올리게 한다. 신념윤리가 동기의 순수성과 좋은 의도에 가치를 둔다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책임윤리는 자신의 행위와 정책이 가져올 결과와 그에 따른 책임까지 묻는다.
좋은 취지만으로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단지 신념윤리에 머무는 태도다. 특히 집권 여당의 정책과 소속 정치인의 아이디어는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그것이 가져올 파장과 부작용, 당사자의 수용성까지 치밀하게 따지는 책임윤리의 바탕 위에 서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여권은 환율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레버리지 ETF를 신속하게 도입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정 종목에 대한 자금 쏠림과 증시 변동성 확대, 개인투자자의 손실이라는 '2차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까지 충분히 따져봐야 했다. 만약 검토가 부족했다면 이는 책임윤리의 부재일 수밖에 없다.
정책 설계가 모든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할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좋은 목적을 가진 수단이 또 다른 불안정을 낳을 가능성까지 충분히 계산하고 검토하는 것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집권 세력'의 책임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잦은 공개 발언이나 부처 간 불협화음도 마찬가지다. AI(인공지능) 국민배당금 등 정책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정책실장의 구상이 충분히 조율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되면, 그것이 아무리 개인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시장과 국민에게는 정부의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폭락하던 시점에 한가롭게 'AI 정책원론'을 읽는 듯했던 김 실장 발언의 타이밍도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부처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시장과 국민은 불확실성에 놓이고 그에 따른 불안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처 간 이견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공개되고 조정되는 과정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잘 조율하는 것은 정부의 역량과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조정되지 않은 이견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대통령이 매번 수습하거나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청와대 참모와 관료 조직이 책임윤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투명성이 국정의 장점이 되려면 그 이견을 하나의 정책으로 숙성시켜 내는 조정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치는 선한 의도를 증명하는 장이 아니라, 현실의 결과를 책임지는 영역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신념이 넘치고 아이디어가 많은 정부'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충분히 검증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부작용까지 따져 숙성된 정책으로 만드는 정부다. 청년들의 삶과 시장에 미칠 파장을 무겁게 헤아리고, 충분한 검증과 조율을 거쳐 '결과까지 책임지는' 숙성된 정책과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는 정부다.
선한 의도는 정책의 출발점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결국 그 의도가 만들어낸 결과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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