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규제의 함정, 법 넘어선 시행령 정당한가[기고]
석호영 명지대학교 법무행정학과 주임교수
위임입법이 흔든 법치주의 원칙, 바로잡자
입법부가 법률로 규제의 구체적 내용을 직접 규율하지 않고 세부 사항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에 유보하는 방식인 '위임입법'은 현대 법치국가에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다.
이는 과학기술행정, 환경행정 등 현대 사회의 다변화된 행정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경제적 조건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효용성을 지닌다. 입법부가 기술적인 세부 사항을 법률에 모두 포섭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를 고려할 때 위임입법은 법률상 공백을 메우고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순기능을 한다.
그러나 위임입법의 편의성이 행정부에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대통령령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한해 제정될 수 있음을 명시해 위임입법의 법적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임입법의 한계 및 그 판단 기준에 관해 "위임의 범위는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일률적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이나 상위명령으로부터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혀 '예측 가능성'을 위임의 정당성에 대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대법원 2004. 1. 29. 선고 2003두10701 판결).
그런데 이처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시행령에 포함된다면 이는 헌법상 한계를 일탈한 위헌 또는 위법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예컨대 비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회원제 골프장으로 사업계획이나 시설을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 예외 없이 그 승인이나 변경승인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 시행령' 제12조 제1호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시행령 조항의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체육시설법은 제13조 제1항에서 "시도지사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 지역 간 균형 개발, 재해 방지, 자연환경 보전 및 체육시설업의 건전한 육성 등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사업계획의 승인 또는 변경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별 여건과 정책적 필요에 따라 변경승인 제한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즉 본 조항은 '공공복리'라는 목적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예외적으로만 제한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1호는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해 비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제 골프장 전환을 아무런 예외 없이 일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모법에서 시도지사에게 부여된 '정책적 판단에 대한 권한'을 해당 시행령이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다. 즉 법률이 예정하지 않고 있는 전면적 제한을 시행령에 도입함으로써 법적 근거도 없이 골프장 사업자의 경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명백히 위법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위임입법은 법리에 있어 단순 오류를 넘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행령을 통해 법률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과도한 규제가 무분별하게 양산된다면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국민과 기업은 국가 행정 전반에 대해 깊이 신뢰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시행령을 통해 특정 사업이나 분야에 대한 규제의 범위가 확대되거나 그 정도가 강화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 특히 그러한 시행령의 남발은 국회 심의와 사회적 합의라는 민주적 통제 절차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행정부의 일방적 독주가 고착될 것이다.
결국 위임입법의 한계를 지키는 것은 행정적 편의성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앞서 사례로 든 '체육시설법 시행령'상 과도한 규제 조항은 사업자의 경영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정비)될 필요가 있다.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하위 법령이 규정돼야만 행정의 정당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우리 경제는 철 지난 규제에서 벗어나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상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는 과도한 규제는 정상적이지 못한 것으로, 이를 바로잡는 것이 법치 행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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