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적 권력 사유화, 안 된다 [전문가 칼럼]

권오용 예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전 인천지검 검사)

권오용 예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초기부터 드러나는 사안들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국민 사이에 피로감과 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검의 잇단 영장 기각과 대장동 항소 포기, 공무원 내란 규명 TF('헌법존중TF') 확대 등 최근 논란은 정부가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려 하는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국민은 정권 교체나 정치적 색깔보다 진상을 규명하되 최소한의 법치와 투명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민심과는 반대로 이를 스스로 훼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검·대장동 항소 포기·내란조사TF…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현희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대응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초유의 '3대 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 상병 특검)이 시작된 지 여섯 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특검 기간 연장을 반복하면서도 딱히 손에 잡히는 핵심 의혹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높다. 오히려 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한 무리한 영장 청구로 논란이 확산하면서 법조계에서도 특검이 너무 무리하게 마구잡이식으로 영장을 청구하고 한다는 비판이 늘고 있다.

최근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은 더욱 이재명 정부의 책임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아니면 제3 인물 중에 누가, 어떤 근거로 항소를 포기하도록 지시 또는 종용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수천억 원대 공익이 걸린 사안에서, 행정 판단을 흐리거나 정치적 계산으로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정치공세'로 몰아가지만, 국민이 묻는 말은 단순하다. "왜 항소를 포기했는가?"라는 근거를 명확히 밝히라는 것이다. 스스로 공공 환수를 강조했던 정치인이, 정권 장악 이후 해당 사안을 흐리는 모습은 행정 투명성과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긴다.

부처마다 확대된 공무원 내란 규명 TF는 법·행정적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내란은 형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다. 정부가 이를 광범위하게 해석해 공무원 조직 전반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행정조직에 투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TF 명칭 자체가 정치적 프레임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단순 조사 차원을 넘고 있다. 휴대전화를 일률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전무후무한 압박은 공무원 사회 전체에 공포와 자기검열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행정부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비공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국민 요구는 최소한의 법치와 투명성…권력 사유화 반대

세 사안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권력·사법·행정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운용하는 '권력화된 통치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특검 권한 남용은 실체적 진실 규명 미흡, 대장동 항소 포기는 공익 판단의 기준 모호화, 내란 TF 확대는 행정 조직 통제라는 신호로 읽힌다. 지도자는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제약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를 거꾸로 하면서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국민은 정치적 프레임이나 공격보다 권력 행사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한계를 원한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로는, 권력 장악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정권이 바뀌었든, 권력이 집중됐든 법치·절차·투명성이라는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정부 스스로가 권력 사용의 기준과 한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국정 정당성은 출범 직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초기 국정 운영은 경고등을 켰다. 특검 논란, 대장동 항소 포기, 내란 TF 확대는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근본적 기준과 원칙이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도자가 스스로 권력을 제한하고 사법과 행정을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본적 책임이다. 지금, 이 정부가 선택한 길은 과연 국민 신뢰와 국정 안정화를 담보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정부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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