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모뉴엘 사태, 국민혈세 2565억 증발…공공기금 관리 허점 드러나

정부 출연금 3년치 넘는 손실…제도·통제시스템 전면 재정비 필요
송재봉 의원 "결국 국민에게 손실 전가…철저한 관리 체계 필요"

사진은 지난 2014년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입주한 가전업체 모뉴엘의 사옥. ⓒ News1 이상민 기자

(세종·서울=뉴스1) 나혜윤 조소영 기자 = 대형 금융사기 사건인 '모뉴엘 사태'로 인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운용하는 무역보험기금에서 발생한 손실액이 총 25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보험금 지급액의 94%에 해당하며, 최근 3년간 정부 출연금 총액(2112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단일 사건으로는 이례적인 공공기금 손실 사례로 꼽힌다.

이번 사안은 정부 출연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금이 대형 사기 사건에 구조적으로 취약했다는 점과, 사후 대응 과정에서 수년간 소송이 이어지며 손실이 장기화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보험금 심사·지급 체계와 사후 관리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요구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18년 종결된 단기수출보험(EFF) 사고건 손실 2155억 원에 더해, 올해 7월 종결된 수출신용보증(선적후) 사고건에서 410억 원의 손실이 추가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모뉴엘 사태는 2014년 전자업체 모뉴엘이 수출계약서·인보이스 등 수출서류를 조작해 총 3조 2000억 원 규모의 허위 대출을 이끌어낸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당시 무보는 총 3302억 원에 이르는 보증을 제공했으며, 이를 담보로 은행권에서 실행된 대출이 후속 연체와 법정관리, 조사로 이어지며 공공부문과 금융기관의 구조적 관리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보는 2015년 외부 이의신청협의회 판단 등을 근거로 보험금 미지급 방침을 세웠고, 이에 반발한 금융기관들은 이의제기 및 보험금 청구 소송에 나섰다. 이로써 모뉴엘 사태는 6개 은행이 제기한 EFF 소송과 기업은행이 제기한 수출신용보증 보험금 청구라는 두 갈래 소송전으로 나뉘어 전개됐다.

단기수출보험 소송에서는 법원이 원고와 피고가 절반씩 부담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무보는 1억 8100만 달러(약 2155억 원)를 지급했다. 기업은행과의 수출신용보증 소송은 1심에서 공사가 패소(306억 원), 2심에서는 승소(322억 원 회수),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 7월 410억 원 지급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무역보험기금이 모뉴엘 사태로 입은 총손실액은 2565억 원으로 확정됐다.

무보의 손실액 2565억 원은 지난해 기준 연간 보험금 지급액 2724억 원의 94%에 해당하며, 최근 3년간 정부 출연금 총액 2112억 원을 넘어선다. 사실상 단일 사기 사건으로 수년 치 정부 출연금이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투입한 수천억 원의 공적 재원이 민간 기업의 범죄와 감독 실패로 인해 증발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내부의 관리 책임이나 구조 개선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모뉴엘과 관련해 무보는 2014년 11월부터 2015년 2월 사이 1급 부장급 등 직원 5명을 '임직원 행동강령' 중 금품 수수 위반 혐의로 면직 처분했다. 징계 사유에는 2012~2014년 모뉴엘 대표로부터 업무 편의를 대가로 금품·향응을 받은 정황이 적시됐으며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면직이 확정됐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대형 사기 사건을 방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금 집행을 둘러싼 내부 통제와 이해충돌 방지 장치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 또 사고 이후 조직 차원의 제도 개선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재봉 의원은 "막대한 기금 손실에 대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공공기금 손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이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의 중인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제공=송재봉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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