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국회 물 건너간 상법·반도체법…지지층만 의식한 '예고된 파행'
패스트트랙 지정된 반도체 특별법…올해 처리 못할 수도
기약 없는 상법 개정…野 "3월 처리"vs 與 "재의요구권 건의"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반도체 특별법과 상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조기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른 정치권이 주요 경제 관련 법안을 놓고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상반기 중 처리가 물 건너갔다. 상법 개정안은 여야가 경영계와 투자자의 이해를 각각 대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2월 국회에서 논의된 상법 개정안과 반도체 특별법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을 의식해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반도체 산업 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만 포함한 채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여당은 해당 조항을 넣지 않으면 '알맹이'가 빠진 것이라며 예외 조항을 분명히 삽입해야 한다며 맞섰다.
정부와 국회의 최종 결정권자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를 거쳤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여야의 정책위의장 간 논의도 성과가 없었다.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노동계는 훼손할 수 없는 기본 원칙으로 보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노동 현실에서 주 52시간제가 반도체 업계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면 기본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보조금 지원은 상충되는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업계에 도움이 될 지원책을 담아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내용이 담긴 반도체 특별법의 처리를 여당이 막아설 명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 18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후에는 60일의 기간을 거친다.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짧게는 180일에서 최장 330일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당은 야당의 압박에도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주 52시간 예외가 왜 안 되는지 자기도 답하지 못하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태도를 바꾸더니 이제 1년 가까이 미뤄두고자 한다"며 "민주당이 이처럼 모순적 행태를 보이는 목적은 오로지 선거"라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은 우 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면서 추가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은 본회의 상정 직전 우원식 국회의장의 보류 결정으로 좌초됐다.
애당초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통해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통해 기업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자 주총 도입을 의무화해 주주 참여를 확대하면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기업 자율성 침해하고 미래지향적 사업계획 수립 못하게 하는 기업 발목 비틀기로서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질 법안"이라며 "이 대표가 반시장 반기업 본색을 드러냈다"고 힐난했다.
국민의힘은 내달 야당 주도로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에게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3월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의힘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추진하면 법안 처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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