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은 중도보수" 일파만파…비명 "비민주적 월권"

야권 잠룡 김부겸·김경수부터 '당 정체성' 강조하며 선 그어
비명계 초일회 "당 정체성 가볍게 언급하는 건 가벼운 처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 보수' 발언이 당내 거센 논란을 촉발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흔들었다며 일제히 반발하며 집중 공세에 나섰다.

당권을 장악한 이 대표는 조기대선을 겨냥해 연일 거침 없는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비명계에서는 '진보' 정체성을 강조하며 이 대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독단적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전통과 가치를 훼손했다고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자 비민주적 행태"라며 이 대표의 발언을 직격했다.

김 전 국무총리는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며 "당의 강령을 바꾸려면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한 번의 선언으로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 전 지사는 "우리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중도보수층 국민들의 지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유능한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대표 모임인 '초일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대표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숙의 과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당을 중도 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는 게 참 놀랍다"며 "이 말이 진지한 검토 속에서 나온 말이라면 정계 개편을 해야 할 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중도 보수이면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며 "이처럼 당의 정체성을 가볍게 언급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가벼운 처신에 기인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 보수로 이념을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고 말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전 의원도 "민주당이 중도 보수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은 내 집을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과 같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정당의 노선은 국민과 약속이자 신뢰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양기대 민주당 전 의원도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양 전 의원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등의 연장선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으로 여겨진다"며 "이재명 정치의 본질이 드러났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대표가 마치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민주당의 정체성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급해도 당의 정체성을 바꾸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려면 당내의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이 대표를 향해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건가"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행복을 향유하기를 바라는 상식적인 진보의 가치가 이재명 대표에 의해 소각될 순 없다"고 말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