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이 건드린 육영수 피격 사건…野 "역사 왜곡" 맹공
장동혁 "배후가 박정희 대통령?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 직격
유영하 "정치적 프로파간다"…한동훈 "비판할 자유도 포함"
- 김일창 기자,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박기현 기자 =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52년 만에 추석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암살자(들)'을 통해 집중 조명되는 가운데 보수 야권은 28일 영화 내용을 두고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영화는 문세광의 총탄에 육 여사가 숨졌다는 당시 수사당국의 결론과 달리, 육 여사를 맞힌 총탄의 출처와 사건 배후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박정희 정권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면서 "심지어 북한의 선전영화 '민족과 운명'의 리메이크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든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가는데, 6·25 북침론, 천안함 미국 잠수함 충돌 주장은 '표현의 자유'"라면서 "노무현 대통령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당하는데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같은 당 유영하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허진호가 감독으로 만든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동)"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세광이 사형 집행을 앞두고 '조총련에 속아서 이러한 과오를 범한 나는 바보였으므로 사형을 당해도 당연하다'고 한 최후 진술을 소개하며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조총련의 공작에 속았음을 통탄했던 가해자의 마지막 고백보다 더 뚜렷한 진실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결론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했고, 주진우 의원 역시 전날(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상상력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과오는 엄정하게 비판해야 하나 그 비판에 입증되지 않은 살인 배후설까지 보탤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 "영화는 창작의 영역이고 사전검열은 헌법에 반한다"면서도 "개봉된 상업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 어그로 끌어 돈 벌고 있을 때, 그 영화와 만든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만약 5·18이 북한 소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면, 세월호 참사가 민주당 소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정말 많은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에는 비판할 자유도 포함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야권의 비판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국민의힘의 DNA는 음모론 제기와 공작"이라며 "음모론과 공작에 기대서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정치적 이득을 기대하는 게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제29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생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문세광은 일본에서 훔쳐 밀반입한 권총을 소지했음에도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행사장에 들어섰고, 박 전 대통령이 축사를 읽던 중 총을 발사했다. 이 발포로 육 여사는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문세광은 현장에서 검거돼 내란목적살인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그해 12월 1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이로부터 3일 후 형이 집행됐다.
한국 수사당국은 조사 결과 문세광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수사당국은 이를 문세광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수사 결과가 엇갈리면서 당시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한편 허진호 감독은 앞서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당시 자료와 기록에 남은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영화에서 사건을 해결하거나 어떤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갈 수는 없었다"며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밝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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