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까지 간 '전남의대 갈등'…동서 갈린 민심에 민주당도 '난감'

목포대 효력정지 신청…순천대 선정 놓고 대립 격화
"전남 지지층 갈라져"…與 지지율 영향에 고심

전라남도 목포시를 지역구로 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 18일 당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3.10.18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전남권 국립의대 후보대학 선정을 둘러싼 목포·순천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전남에서도 동서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당 차원의 중재도 쉽지 않아 정치권은 사실상 법원 판단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지법 행정1부는 지난 22일 목포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상대로 낸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추천 처분 효력정지' 신청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오는 29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뒤 다음 달 초쯤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달 30일 순천대를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으로 선정했다. 순천대는 89.15점, 목포대는 87.85점으로 1.3점 차였다.

선정 직후 목포와 서남권에서는 평가 과정의 공정성과 순천대의 의대·병원 부지 확보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청와대 앞에서 선정 재검토를 촉구하며 삭발했고, 해남·완도·진도의 박지원 의원도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을 찾아 순천대 선정 무효화를 요구했다.

목포대 효력정지 신청…순천대 선정 놓고 동서 대립 격화

목포대는 지난 3일 선정·추천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반면 전남광주는 법원에서 순천대 추천이 교육부의 최종 결정을 위한 중간 단계여서 독립적인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렵고,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국립의대 설립 일정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전남 내부에서의 갈등이 법정으로까지 번졌지만 당 차원에서 나서서 별도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목포·서남권에서는 심사 과정의 재검증을 요구하는 반면 순천·동부권에서는 이미 공모와 심사를 거쳐 나온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중앙당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은 구조다.

김원이 의원은 뉴스1에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갖고 있는 심사를 해야 하고, 민형배 시장은 추천을 취소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심사를 직접 주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순천과 동부권에서는 이미 후보 대학 선정이 이뤄진 만큼 결과를 존중하고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의대 신설 절차가 지연될 경우 지역 의료 공백 해소도 늦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지난 8월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에서 국립의대 신설 신청과 관련된 브리핑을 열고 '국립순천대학교'를 선정 대학으로 발표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30 ⓒ 뉴스1 전원 기자
"전남 지지층 갈라져"…與 지지율 영향에 고심

지역 간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선 전남의 지지 기반이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남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1에 "전남 지지층이 갈라지는 걸 실감한다. 동서로 갈라져서 서로 감정이 상하는 분위기가 되어 걱정이 크다"며 "추천 후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추천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에서 직접 손을 대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에서 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전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적극 지지층 사이에서도 의대 문제를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전보다 여론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하거나 지지 의사를 유보하는 흐름이 일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지지세는 전체 흐름과 엇갈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포인트(p) 오른 34.8%로 10주 만에 반등했지만 호남(전남·광주·전북)에서는 오히려 하락했다.(무선(100%) 자동응답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남의대 문제를 최근 호남 지지율 변화의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당내에서는 지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핵심 지지층의 결집이 느슨해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법원의 결정 이후가 오히려 지역 정치권과 민주당의 갈등 조정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장 갈등의 첫 분수령은 법원의 판단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순천대 추천을 전제로 한 후속 절차에 제동이 걸리면서 재심사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이미 깊어진 서남권의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지는 정치권의 과제로 남는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