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개헌 시간표' 꺼냈지만…野 거부에 '여야 논의' 험로
김민석 "李 '연임 생각 없다' 밝혀 야당이 제기한 걸림돌 정리"
정전식 "이번 정부서 개헌 없어"…연임 포석·정국 전환용 의구심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임할 생각이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 천명을 계기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내년 상반기 국민투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만큼 야당이 제기해온 개헌 논의의 선결 조건이 해소됐다며 야권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 자체가 현 정권의 국면 전환용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선을 긋고 있어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0일 개헌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키며 개헌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추진단은 연말까지 당내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고, 내년 3~4월까지 여야 합의안을 도출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개헌 시간표'를 꺼내들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개헌추진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개헌 의지를 여러 번 밝혔고, 야당이 제기하는 걸림돌도 명확히 정리했다"며 "이제 말꼬리 잡기보다는 진지한 개헌 논의로 전환할 때"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개헌 시기와 관련해 "총선부터 1년 전, 지금으로부터 1년 후 정도 시기까지 합의해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개헌 논의가 이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 정권이 개헌이라는 거대 이슈를 통해 지지율 하락이라는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청와대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개헌 방향으로 언급했을 당시 "개헌의 전제 조건은 간단하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 한 번만 하겠다'고 선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헌론을 두고 "지지율 폭락에 정국 전환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으로선 현재 개헌 논의에 참여할 정치적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야권 입장에서는 개헌 논의에 들어가는 순간 정국의 중심축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비롯한 인사 문제와 국정운영 전반을 겨냥해 대여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김 전 후보자 낙마 이후에도 국정감사 증인 요구와 장외집회 등을 통해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 정치권의 관심이 정부·여당의 국정 실패 문제에서 권력구조 개편 등 헌법 개정 문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개헌이라는 대형 의제가 정치권의 다른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대여 공세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이재명 정부 들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22대 국회 전반기 우원식 전 국회의장 시절부터 이어졌고, 조정식 국회의장도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헌 논의를 거듭 제기해왔다.
특히 조 의장이 지난 7월 개헌 시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도 국민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졌고, 이후 의장실은 조 의장이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 연임을 적용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야 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 여당의 대야 접근 방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개헌에 자꾸 불을 지피는 식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에 대화 제스처를 보여주고 개헌 논의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국민이 볼 때도 민주당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당 대표가 정치적 언어로만 개헌을 얘기해서는 개헌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까지 반복된 개헌 논의에 국민적 피로감이 쌓였다는 점도 변수다. 또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와 같은 권력 분산형이 아닌 대통령제를 유지·강화하는 방향의 개헌안에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쉽사리 동참하기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개헌이 추진되면 모든 관심이 개헌으로 쏠린다. 그걸 아는 국민의힘이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또 일반 국민 입장에서도 정치권에서 너무 자주 개헌을 얘기하니까 피로감이 쌓였고, 조정식 국회의장의 '연임' 발언에 대해 부정적 인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김민석 대표가 언급한 중임제든, 연임제든 결국 8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을 뽑자는 말밖에 안 된다"며 "대통령제는 원래 제왕적이다. 어떤 장치를 두더라도 제왕적일 수밖에 없다. 내각제 등 권력 분산형이 안 된다면 5년 단임제가 제일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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