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조희대 갈등 점입가경…여 "曺 탄핵해야" 야 "李 재판 재개"
추가 입장 밝힌 조희대 "명확한 사유" 요청…靑 "이미 명백"
與, 대법원 항의 방문…野 장동혁 "李 재판 재개 막으려 해"
- 조소영 기자, 서미선 기자, 이장호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서미선 이장호 김근욱 기자 =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 간 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히고 청와대가 "깊은 유감"을 표명한 지 하루 만인 23일 양측은 또다시 충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 탄핵 촉구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본인 재판 재개를 막으려 대법관 쇼핑을 하면서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고 조 대법원장을 엄호했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 간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속에 정국 혼란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관 재제청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발표했다. 전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이라고 했던 조 대법원장은 이날 해당 문서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청와대가 공문을 통해 재제청 요청 사유와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재구성을 할지, 나머지 추천 후보 3명(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판사)에 대해 재제청을 할지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혔다. 조 대법원장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명확한 근거와 사유'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재제청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읽혔다.
전날 두 차례 입장문을 내 조 대법원장을 강력 비판했던 청와대는 이날도 즉각 공지를 내고 반격했다. 청와대는 "공문상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임명 거부 입장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며 "(그런데도)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해당 공문에 (조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손봉기 후보자(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헌법 제104조 제2항,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에 의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문상 손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면서 "이것이 후속 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청와대에 힘을 실었다. 전날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비공개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열었던 민주당은 이날은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등을 계기로 미국으로 떠난 후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순방을 떠난 대통령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께서 재제청을 요청한 이후 무려 25일 동안 언급도 없다가 추석을 불과 이틀 앞두고 기습적으로 입장을 내놨다"면서 "조 대법원장의 이번 입장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김민석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해 "국회의 모든 권한을 다 활용해서 조사하고, 소환하고, 질책하고, 법적 책임을 묻고 시정해 가겠다"고 했다. 그는 "시대정신과 상황에 대한 무지와 착각에서 시작된 '희대의 난'은 사법개혁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5선 박지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대법원장 탄핵해야 한다. 파면이 목표지만 당장 직무 정지라도 시켜야 한다"고 썼다. 송영길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봐도 월권행위"라며 "이런 노골적 (반기는) 용납할 수 없고 탄핵 사유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맞서 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의 위선을 드러냄으로써 정국 우위에 서려는 모습이다. 특히 야당은 여권의 조 대법원장 공세가 중단된 이 대통령 재판의 재개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며, 최근 들어 더욱 불거진 공소 취소 논란을 고리로 대여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대법원을 찾아 규탄대회를 연 데 대해 "이재명 재판 재개를 막으려는 마지막 발버둥"이라며 "집권여당이 대법원장 쫓아낸다고 아스팔트 좌파와 손잡고 장외투쟁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SNS에 "이 대통령은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요구뿐 아니라, 지난 반년간 본인이 원하는 판사를 제청하라고 무리하게 강요해 왔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유린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위헌적 행동을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은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줬지,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대법관을 골라 받을 권한을 주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말하는 '상호 견제'가 대통령 마음에 드는 후보를 내놓으라는 뜻이라면, 그것은 견제가 아니라 '대법관 쇼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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